정부 플랜 외면한 ‘고수익 배짱 전략’
정부 플랜 외면한 ‘고수익 배짱 전략’
  • 임종찬 기자
  • 호수 276
  • 승인 2018.02.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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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요금제에 올인한 이통3사

무제한 요금제가 이동통신시장에서 ‘효자상품’이 됐다. 소비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이 기회를 이통사가 놓칠 리 없다. 새해를 맞아 다양한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고가의 무제한 요금제를 통해 수요를 늘리고 수익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에서다. 이통3사가 ‘통신비 인하정책’의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뗐다. 고수익만 노린 배짱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고가요금제에 올인하고 있는 이통3사의 전략을 짚어봤다.

▲ 휴대전화로 고용량의 콘텐트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자 이통사들이 '고가 요금제 경쟁'을 펼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동통신시장에 ‘무제한 요금제’ 돌풍이 불었다. 지난해 12월 이 요금제의 가입자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LTE 전체 가입자의 30%를 넘어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7년 12월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LTE 무제한 요금제의 전체 트래픽은 24만5376TB였다. 무제한 요금제 트래픽을 처음 집계한 2013년 6월(1441TB)보다 170배나 늘었다.

1인당 데이터 사용량도 늘었다. 2015년 1월 2088MB였던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5191MB로(2017년 12월 기준) 2년 사이에 2.5배 가까이 뛰었다. 이유는 별 다른 게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등 고용량의 동영상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황용석 건국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스마트폰 위주로 미디어 시장이 재편되고 데이터 통신 속도가 발전하면서 어디서나 영상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고가요금제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면 수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취약계층 통신요금 감면제’ 등 정부가 추진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생겨난 손실을 이를 통해 메꿀 수 있다는 거다.

이통사의 실적이 이를 입증한다. SK텔레콤의 지난해 무선매출은 10조8650억원으로 2016년 10조8110억원 대비 0.5% 증가했다. LG유플러스는 같은 기간 5조4320억원에서 5조5702억원으로 되레 2.5% 늘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전체의 90%를 차지한 LTE 요금제 가입자 덕분에 실적이 개선됐다”면서 “특히 8만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 가입자수가 4분기에 급격하게 늘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통3사는 각종 혜택을 고가 요금제에 적용하면서 ‘흥행몰이’를 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VIP와 골드 멤버십 전용 서비스인 ‘내맘대로 플러스’의 할인ㆍ적립 횟수를 연 6회에서 12회로 2배 늘렸다. KT는 요금제에 각종 부가서비스를 얹었다. 8만~10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하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모바일TV, 영화 관람 포인트 등을 지원한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로 승부수를 띄웠다. 8만8000원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기존 30GB에서 40GB로 대폭 늘렸다. 한결같이 고가의 ‘무제한 요금제’에만 해당되는 혜택들이다.

고가요금제로 선방한 이통사

문제는 저가 요금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고가의 무제한 요금제와 달리 3만~5만원대 요금제에는 눈에 띄는 혜택이 없다. 저가 요금제 가격을 내려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통3사의 최저요금제는 모두 3만2890원. 데이터도 똑같이 300MB를 지원한다.

되레 저가요금제의 멤버십 서비스는 줄었다. LG유플러스는 ‘나만의 콕’ 할인서비스를 모든 등급에서 VVIP와 VIP 등급에 한정했다. SK텔레콤도 실버•일반 멤버십 등급의 패밀리레스토랑 할인율을 15%에서 5%로 낮췄다. ‘요금제 혜택의 양극화’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 이동통신시장은 가입자 포화상태다. 신규고객은 물론 경쟁사의 고객을 뺏어오는 데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든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신규 먹거리로 꼽히는 5G 관련 사업도 2019년쯤에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남은 건 데이터뿐이다. 이통3사가 실적을 올리려면 마진이 많이 남는 고가요금제로 가입자를 유인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이통3사의 마케팅 전략은 통신비에 허덕이는 소비자를 보듬겠다는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다. 현재 정부가 밀고 있는 건 ‘보편요금제’다. 핵심은 이통3사의 최저요금보다 더 저렴한 요금제를 만드는 것이다. 월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로 가계 통신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8월 23일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통3사와 제조사 관계자, 시민단체, 전문가를 모아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를 열어 방법도 논의했다. 하지만 이통3사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뤄졌다.

해가 바뀐 2018년. 정부는 좀 더 구체적으로 윤곽을 잡았다. 2017년 1MB당 5.23원이었던 데이터 요금을 올해 4.29원으로 18%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오는 6월 보편요금제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거다. 하지만 이통3사의 새해 전략에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지 않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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