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탓에 우는 디스플레이

출시 초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아이폰X이 두달 만에 부진의 늪에 빠졌다. 야심찬 목표로 올 1분기 4000만대를 추가 생산할 예정이었던 애플은 주문량을 2000만대로 축소했다. 문제는 아이폰X 후폭풍의 직격탄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맞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아이폰 탓에 우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상황을 짚어봤다.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던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큰손’ 애플의 야심작 아이폰X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LCD 패널을 고집하던 애플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아이폰X에 처음으로 OLED 패널을 적용했다.

‘아이폰 효과’를 확신한 디스플레이 업계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진행했고, 중소형 OLED 투자에 별다른 힘을 쏟지 않았던 LG디스플레이도 1만5000장 규모의 생산설비를 증설했다.


하지만 아이폰X의 성적이 시장 기대치를 한참 밑돌자 디스플레이 업계의 생산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1분기 아이폰X를 4000만대 생산할 예정이었던 애플의 주문량은 2000만대로 반토막 났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아이폰X 출시 이후 두달간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출하량 목표치에는 한참 못 미쳤다”면서 “이로 인해 재고가 축적돼 디스플레이 기업의 공장가동률이 눈에 띄게 급감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아이폰X 출시를 앞두고 4600만대(수율 80% 적용하면 3680만대)가량의 패널이 생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지난해 2500만대가 출하됐고, 올 1월 기준 1000만대의 재고가 남았다. 애플 전용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패널이 월 1800만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장가동률은 40% 수준으로 떨어졌을 공산이 크다. 아이폰에 기대를 걸었던 디스플레이 업계가 아이폰 탓에 울상을 짓고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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