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1만원 시대의 단상

햄버거 1개 가격이 금값이 됐다. 최저시급(7530원)보다 비싸거나 1만원에 육박하는 햄버거가 수두룩하다. 업체들은 “원재료 상승, 임차료 부담, 가맹점주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이유로 들며 가격을 올리지만 소비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원재료 가격이 항상 오르는 것만 아닐뿐더러 가맹점주의 호소는 가맹부담금을 낮춰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햄버거 1만원 시대를 열어젖힌 건 어쩌면 ‘탐욕’일지 모른다더스쿠프(The SCOOP)가 햄버거 1만원 시대의 단상을 살펴봤다. 

▲ 지난해 연말부터 햄버거 가격이 연이어 오르고 있다.[사진=뉴시스]

가격 인상 논란이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품목이 있다. 바로 패스트푸드다. 지난해 말부터 햄버거 가격이 연이어 상승하고 있다. 롯데리아, KFC에 이어 최근엔 맥도날드가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 인상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 롯데리아와 KFC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1월 24일 제품 가격을 최대 5.9% 인상했다. 2015년 2월 가격을 인상한 지 2년 9개월 만이었다. 

12월 29일엔 KFC가 가격을 올렸다. 6월에 한차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6개월 만에 또다시 인상을 단행한 거다. KFC는 24개 메뉴 가격을 100원에서 최대 800원까지 올렸다. 맥도날드는 2월 15일 버거류 12개, 아침메뉴 5개, 사이드ㆍ디저트 메뉴 4개 등 27개 제품의 가격을 100~300원 올렸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임차료와 재료비, 인건비 등 각종 제반비용이 상승하고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면서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인상폭을 100원 안팎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1월에도 제품 가격을 평균 1.4% 올린 바 있다. 이유는 같았다. 원재료와 임차료, 인건비 상승. 그러자 곳곳에서 “또 올리냐”는 볼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1년여 만에 다시 올린 가격도 문제지만 맥도날드의 이번 가격 인상에 여론이 예민하게 반응한 건 발표 시기 때문이기도 하다.

맥도날드가 가격 인상을 발표한 날은 공교롭게도 검찰이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ㆍHUS)’과 관련, 맥도날드를 불기소 처분한 날이었다. 맥도날드가 햄버거병의 책임에서 벗어나자마자 그동안의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매출에 지장이 없었다곤 할 수 없지만 가격 인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형 프랜차이즈만이 가격을 만지작거린 건 아니다. ‘착한 가격’으로 인기가 높은 맘스터치도 최근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맘스터치는 2월 22일부터 버거 제품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불고기버거는 2800원에서 3000원(7.1%), 화이트갈릭버거는 3900원에서 4100원(5.1%)으로 올랐다. 맘스터치의 가격인상은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업체 측은 “원재료, 임차료 상승을 감안하고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사실 햄버거 가격 인상 논란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가격을 올릴 때마다 소비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소비자단체는 “명분 없는 가격 인상을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면 업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짧게는 1년에 두번 가격 인상을 단행해왔다. 햄버거 1개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하는 이유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들은 “그동안 물가가 올랐고, 최저시급도 올랐다”며 그런 것들이 가격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대다. 2015년엔 전년 대비 0.7%, 2016년엔 1%, 2017년엔 1.9% 상승했다. 그에 반해 햄버거 가격은 5% 이상 오른다. 롯데리아는 2년 9개월 만에 5.8% 올렸고, 맥도날드는 1년여 만에 4%를 올렸다. 맘스터치도 최대 7%까지 인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원가 상승, 높은 임대료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지만 납득할 만한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매출,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등을 분석한 결과를 내세웠다. 2015년 2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격을 올린 롯데리아를 예로 들어보자.

물가상승률 vs 햄버거 가격인상률

롯데리아의 2015년, 2016년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매출원가는 2015년 4781억여원에서 2016년 4656억여원으로 약 2.6% 감소했다. 임차료도 같은 기간 904억여원(2015년)에서 874억여원으로 줄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134억여원에서 192억여원으로 43.5% 증가했다. 물가감시센터의 주장처럼 업체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제품 가격이나 가맹부담금을 올리는 손쉬운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려 하고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가감시센터 관계자 역시 “사회적 이슈를 틈타 패스트푸드 가격이 꾸준히 인상되고, 이런 현상은 관례화되고 있다”면서 “가격을 인상하기보다는 다양한 경영 노력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증가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미란ㆍ이지원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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