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에서 출발한 먹구름

한국 가전제품은 북미시장의 강자다. 삼성전자 세탁기가 미국 브랜드인 월풀을 제치고 6분기 연속 가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하지만 잘나가던 국내 가전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트럼프 정부가 ‘관세 폭탄’을 날릴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관세폭탄을 맞을 위기에 몰린 가전업계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국내 세탁기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업체의 수입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제 올해부터 기존 1%대였던 수입 세탁기 관세는 120만대 이하의 물량인 경우 20%로 높아진다. 120만대초과 물량부턴 무려 50%의 관세가 붙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울상을 짓고 있다. 북미 판매량을 감안할 때 50% 관세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대형 세탁기의 판매량만 해도 연 240만대를 가볍게 넘는다(한국수출입은행ㆍ2016년 기준). 게다가 삼성전자는 전량을, LG전자는 물량의 80%를 베트남과 태국 등 해외에서 생산한다. 업체들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건설한 가전공장을 1월 12일부터 가동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 100만여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전자가 올 3분기부터 테네시주에 지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할 예정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빠르게 조달해 50% 관세가 부과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전략은 고육지책일 뿐이다. 미국의 통상압박을 풀어줄 뚜렷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국제무역기구(WTO) 제소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장기전이 될 공산이 크다. 결과가 나오려면 2~3년을 기다려야 한다. 설사 WTO 제소에서 우리가 이겨도 문제다. WTO의 결정은 구속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 세탁기, 관세 벗겨내는 데 애를 먹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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