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싱글 여성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삼은 마케팅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소비 여력이 3~4인 가구보다 높은 1인 가구는 여러 기업이 노리는 주요 마케팅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1인 가구는 ‘나를 위한 소비’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유형의 소비 습관을 뜯어보면 ‘무절제한 소비’ ‘텅 빈 통장 잔고’와 같은 초라한 민낯이 드러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소비’도 자산을 모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30대 싱글여성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 기업들의 주요 마케팅 대상인 1인가구는 ‘마케팅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소비를 절제해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1인 가구의 모습이 달라졌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TV속 1인 가구는 골드미스나 노총각ㆍ노처녀가 주를 이뤘다. 비자발적 이유나 사회ㆍ경제적 성공의 반대급부로 생긴 1인 가구가 많았다는 얘기다.

최근엔 평범한 1인 가구가 숱하다. 사회경제적 성공과 무관하게 1인 가구가 보편적 현상이 됐다는 거다. 지난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8.5%로 550만명에 달했다. 이들은 구매력 면에서도 다른 가구를 넘어섰다. 생활이 자유롭고 시간적 여유가 많은 데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 주저함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전체 소득 대비 가처분소득은 32.9%에 이른다. 3~4인 가구(17.5%)보다 두배 가까이 높다. 금액으로 따지면 1인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80만5000원으로 3~4인 가구(73만5000원)보다 7만원 많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삼은 상품과 마케팅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인 게 홈쇼핑 여행상품이다. 화려한 여행 광고 이미지는 소비자를 현혹하지만 챙겨야 할 가족도, 돈 쓸 데도 많은 기혼자들은 쉽사리 결제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그에 비해 1인 가구는 여행을 떠나는 데도 자유롭다. 직장인 싱글 여성 김나영(가명ㆍ37)씨도 비슷한 사례다.

김씨는 1년에 400만원가량을 여행비용으로 쓴다. 여행비용을 포함해 쇼핑ㆍ미용 등에 월 평균 95만원을 쓰고 있다. ‘나를 위한 아낌없는 소비’가 ‘무절제한 소비습관’이 돼버린 셈이다. 김씨는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계획적으로 모으기로 마음먹고 재무설계를 신청했다.

Q1. 지출구조

먼저 김씨의 지출구조를 살펴봤다. 김씨의 급여는 270만원이다. 이중 통신비(7만원), 식비(40만원), 교통비(15만원), 여가활동비(20만원) 등 82만원을 쓰고 있다. 금융상품으로는 보험료(40만원), 적금(10만원), 효도적금(10만원), 청약저축(10만원), 개인연금(25만원), 펀드(15만원), ETF(상장지수펀드ㆍ10만원) 등 12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문제는 비정기지출이 과하다는 점이다. 김씨는 1년에 자동차 유지비(40만원), 명절비용(20만원), 쇼핑비(200만원), 경조사비(200만원), 미용비(100만원), 교육비(10만원), 부모님 용돈(140만원), 여행비용(400만원), 문화생활비(35만원) 등 총 1145만원을 쓴다. 한달 평균 95만원인 셈이다. 결국 김씨의 총 지출은 297만원으로 매달 27만원을 초과로 지출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주거비가 들지 않는 데도 여유자금을 모을 틈이 없다.

Q2. 문제점

“겉만 반지르르한 직장인일뿐 한량이 따로 없다”고 자책하는 김씨는 자신의 무절제한 소비습관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김씨가 과소비의 덫에 빠진 건 뚜렷한 재무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던 거다. 문제는 이런 습관이 굳어지면 고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펑펑 쓰던 돈을 갑자기 확 줄이면 우울증을 겪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재무목표를 세우고 소비습관을 빨리 바로잡아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자산이 되는 소비’와 ‘소비를 위한 소비’를 구분해야 한다. 한철 지나면 안 입는 옷 대신 매달 소액의 ‘금’을 사거나 트레이닝머니로 펀드를 매입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김씨에게 확실한 재무목표를 세우자고 권했다. 김씨는 노후자금과 혹시 모를 결혼자금을 마련하고자 했다. 매달 40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도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Q3. 해결점

먼저 95만원에 달하는 비정기지출을 줄이기 위해 입출금이 가능한 ‘비정기지출통장’을 만들었다. 여기에 매달 50만원씩 통장에 옮겨 써서 소비를 줄여가기로 했다.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실손ㆍ건강보험만 남겨 29만원(40만원→11만원)을 줄였다. 효도적금(10만원), 연금(25만원), ETF(10만원)을 모두 해지해 해약금은 비정기지출통장에 모으기로 했다.

청약저축은 2만원 납입으로 전환해 8만원을 아꼈다. 이렇게 모은 총 127만원 중 초과 지출 27만원을 제외한 100만원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적금은 월 10만원에서 50만원 납입으로 바꿨다. 펀드 투자비를 10만원 늘리고 유동성펀드(50만원)에 가입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crimsonnunn@naver.com│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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