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맞벌이 부부의 재무설계 下

소비도 습관이다. 매주 마트에 들르고 쇼핑몰을 방문하면서 돈을 쓰지 않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럴 땐 마트나 쇼핑몰에 가는 횟수를 줄이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을 피하라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무너진 저축습관을 회복하려하는 장씨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실전재테크 Lab’ 6편 두번째 이야기다.

▲ 가계재정을 바로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습관을 교정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습관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건데, 이는 가계재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비도 저축도 모두 습관의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좋은 습관을 만들고 나쁜 습관을 없애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입주한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해 지출이 늘어난 장재현(가명ㆍ45)씨와 하임주(가명ㆍ44)씨 부부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한번 늘어난 소비는 쉽게 줄지 않는다’는 톱니 효과를 증명하듯 장씨 부부의 소비는 늘어나기만 했다. 내집 장만의 일등공신이었던 저축습관도 6개월 만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장씨 부부는 재무 목표 1순위를 부채상환으로 변경했다. 1월 23일 진행한 3차 상담에서는 줄일 수 있는 불필요한 지출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다. 상담 끝에 통신비(22만원), 보험료(75만원), 생활비(120만원), 부부용돈(80만원), 의류ㆍ미용비(40만원), 쌍둥이 교육비(100만원) 등을 줄이기로 했다. 우선 생활비 120만원을 보자. 일반적으로 생활비는 소득의 16% 이상을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부부의 생활비는 월 소득 664만원의 16%에 이르는 106만원을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원인은 나쁜 지출습관에 있었다. 장씨 부부는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인근에 들어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아웃렛 등 쇼핑몰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횟수가 늘어났다. 지출이 늘어나는 건 당연했다. 필자는 장씨 부부에게 마트와 쇼핑몰 방문을 줄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줄이는 게 소비습관을 바로 잡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마트 이용은 한달에 두 번 이내로 제한했다. 필요한 식자재 등은 동네 마트에서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기로 했다. 외식과 쇼핑도 월 1~2회로 줄이라고 조언했다. 아파트 구입 전 생활비가 월 평균 40만~50만원이었다는 걸 감안해 생활비를 70만원으로 조정했다.

통신비도 손을 봤다. 4만원대 일반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던 두딸의 요금제는 1만대의 어린이 요금제로 변경했다. 장씨 부부도 사용패턴을 확인해 사용 중이던 요금제보다 한단계 저렴한 5만원대 요금제로 바꿨다. 그 결과, 월 22만원이던 통신비를 13만원으로 9만원 줄였다. 월 평균 40만원에 달하는 의류ㆍ미용비에도 메스를 댔다. 장씨 부부는 마트와 쇼핑몰 이용이 늘면서 의류ㆍ미용비 지출도 덩달아 늘어났다. 이를 줄이기 위해 의류ㆍ미용비 지출 금액을 월 평균 20만원으로 고정해 사용하기로 했다.

두딸의 교육비에도 새는 돈이 있었다. 장씨 부부는 두딸의 교육비 명목으로 월 100만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교육비 항목에는 두딸의 용돈(월 평균 30만~40만원)이 포함돼 있었다. 일정한 금액을 정해서 용돈을 준 게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1만~2만원씩 돈을 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딸의 용돈을 각 10만원(월 20만원)으로 고정하기로 했다. 이는 두딸의 경제교육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다. 어려서부터 용돈을 관리하고 올바른 지출습관을 갖는 것이 경제교육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한달 교육비를 20만원(100만원→80만원) 줄이는 데 성공했다.

부부의 용돈은 월 40만원(부부 합계 80만원)에서 30만원(부부합계 60만원)으로 각각 10만원씩 감축했다. 식사를 회사에서 해결하는 데다 별다른 모임 활동도 없는 부부에게 40만원의 용돈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지난 6개월간 용돈의 대부분을 쇼핑에 사용했다는 점에서도 용돈을 줄일 이유는 충분했다. 지출습관을 고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은 되도록 자제하라고 조언했다.

 

장씨 부부는 “소득공제 혜택 등을 생각해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용카드의 과도한 사용은 소비패턴을 무너뜨리고 부채를 쌓이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신용카드를 계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이는 자신의 자제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연말 정산을 받을 때 공제액이 신용카드의 두배에 달하는 체크카드를 두고 신용카드를 쓴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문이다.

마지막으로 보험료 줄이기다. 장씨 부부는 월 75만원을 보험료로 사용했다. 한 가계의 적정보험료가 소득의 7~10% 내외라는 걸 생각하면 장씨 부부의 보험료 지출은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더 큰 문제는 보험의 가입 상태였다. 대부분의 보장을 보험료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특약으로 가입했다. 또한 지인의 추천으로 가입한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생각해 매월 50만원씩을 납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씨 부부가 가입한 종신보험은 17년을 납입해야 원금의 100%를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이럴 땐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는 게 합리적이다.

두딸은 실손보험을 포함하고 있는 건강보험(각 5만원ㆍ100세 만기)을 새로 가입했다. 장씨 부부는 기본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실손보험(4만원)을 새로 가입했다. 부족한 보장은 건강보험(남편 9만원, 아내 7만원)을 따로 가입해 보완했다. 그리고 장씨는 사망보험(월 5만원ㆍ보장금액 2억원)에 추가로 가입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월 75만원에 달했던 보험료를 35만원으로 40만원 절약했다.

이렇게 장씨 부부는 소비성 지출(99만원), 비정기 지출(20만원), 보험료(40만원) 등 총 159만원의 지출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고작 월 1만원에 불과했던 잉여자금은 16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제 잉여자금의 활용방안을 보자. 언급했듯 장씨 부부의 재무목표 1순위는 부채상환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저축 비중을 높여야 한다. 부채 상환을 위한 자금은 안정성을 최우선에 두고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기적금에 월 100만원을 저축하기로 했다.

부족한 투자는 인덱스펀드(월 20만원)를 활용해 보완하기로 했다. 인덱스펀드를 추천한 것은 장씨 부부가 투자 초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주식 시장이 흔들릴 때는 펀드의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정해 리스크를 덜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초보 투자자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는 개별종목이 아닌 주가지표의 움직임에 연동된 인덱스펀드가 유용하다. 수익을 예측하기 수월하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투자해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해서다.

남은 40만원은 두딸의 교육비 마련을 위한 적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했지만 섣부른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자산형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투자 경험을 쌓으면서 종잣돈을 마련한 이후 자금의 활용방안을 다시 상의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특정 상품에 가입하기보다 수익률과 안전성을 모두 고려한 다음 재테크에 나서는 게 낫기 때문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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