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파크 왜 몸살 앓나

서울시는 2013년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면서 서울혁신파크를 기획했다. 지난해 미래청 내에서 서울시 사업을 수탁해 운영하는 일부 기관들에 투입된 돈만 자그마치 269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혁신파크가 부적절한 운영방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복사업, 중복예산 등 혁신과 거리가 먼 폐단도 숱하게 많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혁신파크에 숨은 폐단을 단독 취재했다.
 

▲ 서울혁신파크는 복잡한 운영구조로 인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2020년까지 다양한 혁신기업ㆍ단체를 집적ㆍ육성해 소셜 벤처와 창업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분야의 융ㆍ복합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부가가치ㆍ일자리 창출의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동시에 서북권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점시설을 만들겠다.”

2013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의 옛 질병관리본부(2010년 충북 오송으로 이전) 부지(10만9000㎡ㆍ약 3만3000평)에 서울혁신파크를 조성하겠다면서 내걸었던 포부다. 서울혁신파크 조성은 2015년에 시작됐다.

하지만 서울혁신파크는 단 3년 만에 ‘폐단弊端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 밝혀진 서울혁신파크의 폐단은 숱하게 많다. 서울혁신파크의 운영주체인 서울혁신센터는 총 37건의 지적을 받았다. 임대료 수익 중 일부를 규정대로 서울시에 반환하지 않았다. 물품구매 계약 규정을 어기고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무단으로 건축물을 지어 활용하고, 각종 시설물을 허가 없이 폐기하거나 방치했다. 입주단체들의 점유 면적을 산출하면서 사용료 산정기준을 따르지 않아 임대료를 규정대로 받지 않았다.

서울혁신파크의 또다른 운영주체인 사회적경제지원센터도 19건의 지적을 받았다. 무엇보다 규정에 없는 방식으로 직원을 채용하거나 공정하지 않은 공모사업을 진행했다. 대외활동 예산을 기준 없이 책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통해 드러난 서울혁신센터의 폐단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 단독 취재 결과, 서울혁신파크의 운영구조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단➊ 운영ㆍ관리 수탁자의 난립 = 먼저 서울혁신파크의 복잡하기 짝이 없는 운영구조부터 보자. 서울혁신파크의 총괄 ‘운영주체’는 민관합동조직(민관거버넌스)인 서울혁신센터다. 서울시는 이 센터의 총괄운영권을 민간기관에 수탁(3년마다 계약)하는데, 현재의 ‘수탁기관’은 사단법인 ‘사회혁신공간데어(There)’다. 계약기간은 2월 말까지다.
 

‘서울혁신센터 운영 수탁기관 모집 공고’에 따르면 사회혁신공간데어의 주요 사무는 ‘서울혁신파크 부지 전체(10만9000㎡)와 여기 속한 모든 시설물의 운영과 관리’다. ‘입주자를 유치ㆍ관리하고 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도 이들의 몫이다. 그 대가로 사회혁신공간데어는 85억1700만원(2017년 기준)에 이르는 서울시 예산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혁신공간데어는 서울혁신파크의 모든 시설물을 운영ㆍ관리하지 못한다. 입주자를 자율적으로 유치하고 관리하지도 못한다. 사회혁신공간데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전반적인 시설 운영과 시설물 관리, 입주자 선정 등은 원칙적으로 우리가 맡고 있다. 하지만 특정 사업별로 독립 운영되는 주체들이 있고, 그들은 각각의 수탁기관과 계약을 체결했다.”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해보자. 서울혁신파크의 전초기지로 꼽히는 ‘미래청’ 건물에는 총괄운영주체인 서울혁신센터뿐만 아니라 각각 고유한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청년허브(1층), 사회적경제지원센터(1층),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3층), 협동조합지원센터(6층), 성평등활동지원센터(6층) 등 운영주체들이 있다. [※ 참고 : 이들 운영주체를 서울시는 ‘중간지원조직’이라고 부른다. 성평등활동지원센터는 예외]

운영주체 5곳의 수탁기관도 제각각이다. ‘청년허브’는 연세대(올해 기준 예산 45억3900만원),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단법인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52억5000만원), ‘협동조합지원센터’는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9억5300만원), ‘성평등활동지원센터’는 사단법인 여성사회교육원(24억원ㆍ2018년),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와 ‘청년활동지원센터’는 사단법인 마을(각각 52억1800만원과 20억원)에 사무를 수탁했다. 이 수탁기관들의 고유 업무에는 흥미롭게도 ‘시설의 운영과 관리’가 포함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영역별로 전문성을 고려해 나눠서 운영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설의 운영과 관리’만 떼놓고 보면 이상한 게 많다. 예컨대, 서울혁신파크의 시설을 총괄운영하는 수탁기관은 사회혁신공간데어다. 그 명목으로 80억원이 넘는 예산을 받았다.  

그런데 청년허브,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협동조합지원센터 등이 사무를 맡긴 수탁기관들 역시 자신들이 사용하는 공간면적에 속한 시설을 운영ㆍ관리한다. 각각의 수탁기관이 받는 수십억원의 예산에는 이 비용이 포함돼 있다. 서울혁신공간데어는 다른 수탁기관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한다. 명백한 중복 운영, 중복 예산 집행이다.

■폐단➋ 독립적 운영 못하는 서울혁신센터 = 이런 복잡한 구조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모든 운영주체에게 ‘시설을 운영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으니 서로 나서 잘 관리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미래청의 경우, 청년허브가 운영하는 공간은 대부분 텅 비어 있다. 그럼에도 서울혁신공간데어는 물론 운영주체인 서울혁신센터도 문제 삼지 못한다. 기껏해야 전기나 하수, 공조 등과 같은 설비를 관리하는 게 전부다.

서울시 관계자는 “애당초 청년허브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간이 비어 있다고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면서 “최근엔 공모를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중이어서 더욱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 입주한 운영주체들은 형식적으로는 ‘입주자’지만, 서울혁신센터(서울혁신공간데어)가 선정한 입주자는 아니다. ‘서울시의 입김’으로 미래청에 둥지를 틀었다는 거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사업을 수탁해 운영하는 ‘중간지원조직’들이 사회혁신담당관에 입주를 요청하면 사업의 성격과 서울혁신파크 운영 취지 등을 검토해 서울혁신센터에 장소 협조를 요청하는 것뿐”이라면서 “서울시가 서울혁신센터 운영에 임의로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폐단➌ 숱하게 많은 관리주체 = 복잡한 건 서울혁신파크의 운영주체와 수탁기관만이 아니다. 이들을 관리하는 관리주체 역시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서울혁신센터’는 사회혁신담당관, ‘청년허브’는 청년정책담당관,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협동조합지원센터’는 사회적경제담당관,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 지역공동체담당관, ‘청년활동지원센터’는 청년정책담당관 성평등지원센터는 여성정책담당관이 관리주체다.

‘아름다운커피’도 입주

이런 구조 탓에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서울혁신파크 조성과 운영(서울혁신센터 예산)에 쓰이는 예산은 2015년 141억3100만원에서 지난해 214억7500만원까지 늘었다. 그동안 쓰인 돈은 534억원이다.

■폐단➍ 특혜 시비 논란 = 이렇게 복잡하니, 서울혁신파크 입주자 선정 과정에 잡음이 없을 리 없다. 실제로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감사에서 서울혁신센터는 사용료를 2년간 체납한 단체에 사용료 납부 고지를 늦게 하거나 평가점수가 더 낮은 기업에 용역 업무를 발주했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았다.
 

▲ 미래청 1층 청년허브 공간이 텅 빈 채 방치돼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더 큰 특혜 시비의 소지도 있다.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4층에는 재단법인 ‘아름다운커피’가 예비사회적기업이라는 명목으로 입주해 있다. 2014년 ‘아름다운가게’에서 뻗어 나온 법인인데, 아름다운가게는 박원순 시장이 설립한 아름다운재단의 산하 단체다. 현직 시장과 관련이 있다면 배제하는 게 순리일 듯하지만, 사회혁신공간데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회혁신공간데어 관계자는 “‘아름다운커피’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특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1차 입주자 공모 당시 정식 절차를 거쳐 입주했기 때문에 문제될 건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 감사를 통해 서울혁신파크는 이름과 달리 혁신적이지 않다는 게 명확해졌다. 중요한 건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며, 불투명한 운영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서울혁신파크가 혁신적인 곳으로 거듭나지 못할 거라는 점이다.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의 한 입주자는 “‘주인 없는 집’에 손님들만 북적대고, 운영주체건 관리주체건 누구 하나 책임감을 갖고 시설을 관리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운영구조를 단순하게 재편하고,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