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와 규제 사이 … 금융감독당국의 아슬아슬 줄타기
관치와 규제 사이 … 금융감독당국의 아슬아슬 줄타기
  • 강서구 기자
  • 호수 278
  • 승인 2018.03.02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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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압박 갑론을박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를 향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지주의 고질병을 뿌리뽑겠다는 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런 문제점을 ‘금융 6대 적폐’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금융지주의 관리ㆍ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건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섣부른 규제가 ‘관치금융’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관치와 규제 사이에서 금융감독당국이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금융지주 압박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취재했다.

▲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지주사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서진=뉴시스]

새 정부 들어 금융지주사를 향한 금융당국의 견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제왕적 지위를 누리던 금융지주사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건데, 사실 예고된 사안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지배구조 개선 등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성과급 지급에 제동을 걸고 내부 통제의 질質을 향상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금융당국의 첫 타깃은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이었다.

지난해 12월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임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회를 자신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게 구성해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특히 회장추천위원회에 현직 회장이 들어가 연임을 하는 건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셀프 연임 논란이 일었던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는 경영승계절차, 사외이사제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경영 초유의 조치까지 내렸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를 두고 관치금융 논란이 일었다.셀프 연임 논란이 제기된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금융당국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며 “금융당국의 간섭이 지나치면 관치금융이 되살아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금융지주사의 셀프 연임에 제동을 걸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지주사 이사회가 제왕적 권력을 가진 회장을 견제하는 기능을 상실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관치금융을 얘기하기 전에 회장 후보 선발 과정과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등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권 채용비리 등의 사건을 계기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관행적으로 이뤄진 채용비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사건이 밝혀진데 이어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에서도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금감원은 1월 26일 발표한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잠정결과 및 향후 계획’을 통해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정황 22건을 발견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채용비리 의심 은행 중 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3건), 대구은행(3건), 부산은행(2건), 광주은행(1건) 등이 이었다.

특히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55명과 20명을 ‘VIP 리스트’에 넣어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하나은행에선 6명이 임원면접 점수를 조정해 합격했다. 국민은행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종손녀를 포함한 3명이 최종 합격해 특혜 채용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하나은행은 명문대 출신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다른 출신 대학 지원자의 면접점수를 하향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지주 옥죄는 금융당국

그렇다고 금융지주들이 꾸준히 비판받아온 병폐를 개선한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자놀이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는 금융지주사의 실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국내 4대 금융지주사(KB금융ㆍ하나금융ㆍ신한금융ㆍNH농협금융)의 이자수익은 27조8574억원으로 전년(24조9797억원) 대비 2조8777억원(11.5%)나 증가했다. 시중금리 상승을 핑계로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인상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 은행은 기준금리가 2016년 6월 1.25%에서 지난해 11월 1.50%로 0.25%포인트 인상하는 동안 대출금리(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를 0.4~0.6%포인트나 올렸다.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2.91%에서 3.31%로 인상했고 하나은행(2.92%→3.55%), 신한은행(2.96%→3.43%), NH농협은행(3.06%→3.63%)도 대출금리를 끌어올렸다. 시중은행을 향해 ‘땅 짚고 헤엄치기’는 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지주를 향한 관리ㆍ감독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월 ‘금융 혁신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담보대출 위주 영업’ ‘미흡한 자금 중개 역할’ ‘과도한 황제연봉’ ‘불완전판매’ ‘불투명한 지배구조’ ‘채용비리’ 등을 6대 금융적폐로 지목했다. 이에 발맞춰 금감원도 2월 22일 은행의 불공정ㆍ불건전 영업, 대출금리 산출 과정의 합리성, 내부통제 시스템의 적정성 등을 중점 점검 항목으로 정한 ‘검사업무 운영방향 및 중점검사사항’을 내놨다.

특히 금융회사 CEO의 성과보수 체계의 적절성을 점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언급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융회사의 보수를 두고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황제연봉”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번에도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사회의 결정과 주주총회를 거쳐 지급하는 보수체계를 문제 삼는 게 ‘관치금융’ 논란에 다시 불씨를 당길 수 있어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의 이슈가 많아 쉽게 목소리를 내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주식회사 내부의 결정 사항인 연봉체계까지 간섭하는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규제는 하되 어느 정도의 자율성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 감독과 자율의 균형점을 찾아야 관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특정 금융지주를 겨냥하고 있다는 의혹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섣부른 규제 관치논란 일으킬 수도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금융지주 CEO가 과도한 연봉을 받는 게 국민정서상 문제가 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주식회사의 주주가 결정하는 연봉을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국민과 규제 대상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선에서 멈춰야 한다.

금융회사가 공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관리ㆍ감독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이 특정 금융지주회사를 겨냥하고 있다는 의혹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와의 힘겨루기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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