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수산물 검증하던 민간협의체 돌연 활동 접은 이유
일본산 수산물 검증하던 민간협의체 돌연 활동 접은 이유
  • 김미란 기자
  • 호수 278
  • 승인 2018.03.05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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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WTO 수산물 분쟁 왜 패소했나

2011년 한국 정부는 일본 수산물 일부 품목의 수입을 금지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일본 수산물이 오염됐을 가능성 때문이었다. 2013년엔 강도를 높여 ‘임시특별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임시특별조치를 내리면 그것이 합당한지 검증해야 한다. 이를 게을리 하면 국제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하지만 이 활동을 맡은 민간협의체는 별다른 이유 없이 업무를 중단했고, 이는 한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일 WTO 수산물 분쟁 패소 이유를 살펴봤다.

▲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둘러싼 한일 분쟁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2월 22일 WTO는 “한국에서 시행 중인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가 WTO의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에 위배된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취하고 있는 ‘후쿠시마 주변 8개현縣 수산물 수입금지’ ‘세슘 미량 검출 시 기타핵종 검사증명서 추가 요구’ 사항이 SPS 협정의 차별성(제2조3항)과 무역제한성(제5조6항)을 위배한다는 거다.

아울러 WTO는 정보공표 등 투명성 부분도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가 되레 안전위험 재평가에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쏟아냈다. 2014~2015년 후쿠시마 수산물의 안전평가를 담당했던 ‘안전관리 민간전문가위원회(이하 안전관리 민간위)’가 제대로 활동하지 않은 게 패소의 빌미가 된 셈이다.

WTO의 판단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뒤, 한국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규제했다. 2013년엔 임시특별조치를 내리며 강화했지만 안전위험 재평가를 제대로 하지도 않은 채 규제만 했다. 한국의 규제는 당연히 과하다.”


안전관리 민간위는 대체 무엇을 했던 걸까.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우리 정부는 즉각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규제했다. 8개현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50품목, 13개현의 농산물 26품목의 수입을 막았다. 2013년 8월 8일엔 도쿄전력이 “원전 오염수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공식화하자 우리 정부는 관련 조치를 강화됐다. 50품목으로 제한하던 8개현 수산물을 전면 수입금지하는 이른바 ‘임시특별조치’를 내렸다.

임시특별조치는 WTO SPS 협정에 따라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 잠정적으로 수입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다. 당연히 임시특별조치를 내리면 객관적인 위험평가를 위해 필요한 추가 정보를 수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합리적인 기간 내에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협정문 제5조7항).

빌미만 제공한 일본 현지 조사

당시 박근혜 정부가 임시특별조치를 평가할 안전관리 민간위를 2014년 9월 구성한 이유다. 목적은 임시특별조치에 따라 일본이 제공한 자료를 검토하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할 땐 일본 현지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안전관리 민간위는 2014년 12월~2015년 2월 일본 현지를 방문해 조사를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5년 6월 위원회는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일본 정부가 5월 21일 WTO에 제소를 한 직후였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제소로 임시특별조치를 평가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임시특별조치를 내리면 객관적 위험평가를 위해 필요한 추가 정보를 습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안전관리 민간위는 일본의 제소 이후 활동폭을 더 넓혀야 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안전관리 민간위의 활동이 중단된 것을 두고 WTO는 “한국 정부가 안전위험 재평가에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일본 역시 안전관리 민간위가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WTO 제소의 근거로 활용했다.

2015년 6월 1일 WTO에 제출한 일본의 문서 내용을 보자. “한국이 임시조치를 취하면서 그 조치로 대응하려는 위험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위험 분석 사본에 대한 일본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협정문 제4조 위반). … 한국이 겉으로 보여주는 것과 달리 임시 긴급조치를 위할 상황이 아니었으며, 합리적 기간 안에 재검토로 하지 않았다(제5조7항).”

▲ 지금이라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사진=뉴시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이었던 장하나 전 의원(더불어민주당ㆍ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은 “소송에 대응하는 박근혜 정부는 마치 패소할 작정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미온적이었다”면서 “소송을 당한 정부가 어떤 적극성을 보였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납득하기 힘든 주장만 늘어놨다. “후쿠시마 수산물 등의 위험성을 평가한 안전관리 민간위 조사 결과가 우리 쪽에 도움이 될 만한 게 없었다.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주장하기 어려웠다. 분쟁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내용을 상세하기 밝히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지금이라도 절차적 정당성 확보해야

그렇다면 안전관리 민간위가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또 위험성 평가에 오류는 없는지를 검토하는 게 우선이다. 덮는 게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장하나 전 의원은 “해당 부처에 안전관리 민간위 활동 내용을 공개해달라고 했지만 제공받질 못했다”면서 “일본 현지 조사도 일본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WTO 발표 후 민변 국제통상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분쟁 상대국에 전략을 노출시킨다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더니 결국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맹비난하면서 “지금이라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도 “일본산 수산물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국민이 많은 만큼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대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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