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재무설계 上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50대에 늦둥이 아들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노후 준비에 자녀 교육비까지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질 것이다. 문제는 조급한 마음에 무리한 투자에 나설 경우 대박이 아닌 쪽박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노후와 자녀 교육비 마련이란 두마리 토기를 잡길 원하는 김씨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실전재테크 Lab’ 7편 첫번째 이야기다.

▲ 노후자금을 준비할 때는 안정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여기 50대 남성 직장인이 있다. 올해 53세가 된 남성은 중소 무역회사에서 이사로 일하고 있다. 김씨의 월 소득은 550만원(실 수령액)이다. 지금 거주 중인 경기도 군포시의 가치는 4억2000만원에 이른다. 퇴직금 중간 정산으로 부채를 털어내 ‘완전무결한 내집’이다. 통장에는 현금자산 1억원도 꽂혀있다. 합치면 5억2000만원의 자산을 보유한 셈이다.

월 소득과 자산규모만 보면 누구나 부러워 할 중산층이다. 이 정도라면 노후는 걱정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생활비는 매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이제 막 10살이 된 늦둥이 아들이 있다면 어떻겠는가. 여기에 회사를 곧 나와야 한다면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김주성(가명ㆍ53세)씨와 채선희(가명ㆍ51세)씨 부부의 상황이 그렇다.

김씨는 언뜻 자산가로 보인다. 부채를 끼지 않고 구입한 아파트(군포시 4억2000만원)가 있는 데다, 1억원에 이르는 현금까지 보유하고 있으니, 남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정작 김씨는 그렇지 않다. 노후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회사에선 언제 쫓겨날지도 모른다.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갚기 위해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탓에 손에 쥘 수 있는 퇴직금도 없다.

2008년 43세의 나이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창 교육비가 들어가야 할 상황이지만 실직을 할 경우 교육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가계 재정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오래다. 김씨 부부가 고민 끝에 재무설계를 신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 가계의 재무환경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올해 1월 1차 상담에서 확인한 김씨 부부의 한달 지출 내역을 살펴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550만원이다.

 

우선 소비성 지출로 월 380만원을 소비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아파트 관리비 등 각종 세금으로 월 45만원을 사용한다. 세식구의 통신비는 월 30만원을 지출한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늦둥이 아들의 교육비로 월 80만원을 사용한다. 여기에 생활비 130만원, 부부용돈 90만원(남편 50만원ㆍ아내 40만원), 교통비(5만원) 등을 지출하고 있었다.

비정기 지출로는 경조사비 30만원, 의류ㆍ미용비 50만원, 자동차 관리비 35만원, 여행ㆍ휴가비 30만원 등 월 145만원(연 1740만원)을 사용한다. 금융성상품은 보장성보험료로 월 120만원을 지출한다. 이렇게 김씨 부부는 매월 645만원(소비성 지출 380만원+비정기 지출 145만원+보장성보험료 120만원)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결과, 김씨 부부는 비교적 높은 소득에도 월 95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김씨 부부는 “아들의 교육비와 생활비가 크게 늘어난 탓에 적자가 발생해 은행 예금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의 가계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생활비(130만원), 부부용돈(90만원), 의류ㆍ미용비(50만원), 보장성보험료(120만원) 등으로 과도한 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본격적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저축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우려스러웠다.

여기엔 늦둥이 아들을 둔 부모의 고충이 숨어 있었다. 시험관 시술까지 하면서 어렵게 아이를 얻은 김씨 부부는 아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있었다. 아들이 고가의 옷ㆍ먹을거리ㆍ장난감 등을 요구해도 거절하는 법이 드물었다. 또한 김씨 부부는 아들이 나이 많은 부모를 뒀다는 놀림을 받을까 항상 노심초사 했다.

이런 고민은 외모를 한살이라도 젊게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리 잡게 만들었다. 그 결과, 부부는 아들의 학교모임이나 학부모 모임에 입고 나갈 옷을 따로 장만했다. 마사지ㆍ피부 관리ㆍ운동 등의 지출로도 이어졌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고액의 보험의 가입했고 이런 요인이 모여 가계 재정 적자라는 결과를 낳았다.

 

필자는 “김씨 부부에게 재무 설계의 초점을 노후 준비에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부부가 노후를 살아갈 수 있는 대비책이 마련돼 있어야 아이의 지원도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1월 10일 진행한 2차 상담에서는 김씨 부부의 재무목표를 아들의 교육비 마련에서 부부의 노후 준비로 변경했다. 필자는 김씨 부부에게도 스스로 지출 계획표를 작성해 보라고 주문했다.

김씨 부부는 생활비(30만원), 교육비(20만원), 부부용돈(20만원), 통신비(10만원), 의류ㆍ미용비(15만원) 등 95만원의 지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출을 줄인 항목은 훌륭했다. 과도한 지출이 발생하는 곳을 정확하게 짚어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계 재무환경의 변화 가능성이다. 김씨 부부의 변화된 지출 계획으로는 월 95만원의 적자를 없애는데 불과하다. 노후 준비와 교육비 마련을 위한 저축여력은 여전히 생기지 않은 셈이다.

김씨 부부는 “1억원의 자산을 투자해 노후와 교육비를 마련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노후 자금을 마련할 때는 수익성만큼 안정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투자만으로 노후와 교육비 마련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욕심은 리스크만 키울 수 있다. 여기에 조급함이 생길 경우 잘못된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진다.

우선 김씨 부부의 투자성향을 파악했다. 상담을 통해 선호하는 투자방법과 위험감수 강도 등을 살펴본 결과, 김씨 부부는 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 가까웠다. 노후와 교육비 마련을 위해 무리한 투자에 뛰어는 건 김씨 부부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방증이었다.

1월 21일 진행한 3차 상담에선 김씨 부부의 지출 구조를 저축과 투자가 가능한 상태로 바꾸는 데 집중했다. 그다음 투자성향에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찾아보기로 했다. 김씨 부부의 바뀐 재무구조와 노후 준비 방법은 다음편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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