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소기업 직장인

극심한 취업난에 채용비리까지…. 취업시장이 얼룩지고 있다. 대기업으로 일컬어지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으려는 취준생의 경쟁도 극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쏠림현상이 수그러들지 않는 건 높은 급여 때문만은 아니다.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상호씨는 “다니던 직장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면서 “고용안정성이 낮다 보니, 미래에 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 급여가 적어도 재무구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재무만족도는 높을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3387만원. 한국 노동자의 평균 연봉(2016년 기준ㆍ고용노동부)이다.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임금을 포함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규직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기업 정규직 직장인 평균 연봉은 6521만원, 중소기업은 3493만원이다. 최악의 실업난에도 많은 청년들이 대기업 입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한다고 해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산의 한 선박부품 제조업체에 다니는 정상호(가명ㆍ35)씨도 비슷한 사례다. 정씨는 6년 동안 3차례 이직했다. 앞서 다닌 두 회사가 자금 사정 악화로 폐업했기 때문이다. 월급은 많지 않아도 경력을 쌓아서 연봉을 높여갈 계획을 세웠던 정씨. 하지만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은 탓에 직장을 옮길 때마다 연봉은 되레 줄었다. 부모님의 생활비까지 책임지고 있는 정씨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면 위축될 때가 많아요. 급여가 넉넉하지 않으니 생활하는 데 도통 여유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급여가 늘어나면 정씨의 재무적 ‘행복도’도 높아질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재무만족도는 소득의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다. 뚜렷한 목적에 따라 소비하고, 저축과 투자를 병행해 미래에 적절하게 대비할 때 재무만족도가 높아진다. 연봉이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자신에게 맞는 소비패턴과 저축ㆍ투자 방식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Q1. 지출구조


정씨의 월급 실수령액은 250만원이다. 모아둔 돈은 월세 보증금 3000만원이 전부다. 매달 부모님 생활비 80만원을 보내드리고, 17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지출 구조는 단출한 편이었다. 월세(35만원), 생활비(80만원), 통신비(8만원) 등 123만원을 쓰고 있었다. 생활비 명목으로 꽤 큰돈을 쓰고 있었지만 상세 내역을 확인하지 않아, 어디에 얼마를 사용하고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비소비성지출로는 주택청약종합저축(2만원), 보험료(15만원), 적금(30만원) 등 47만원이 나가고 있었다.

정씨는 현재 결혼 계획이 없고, 주택 마련의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주택 마련을 위해 적금에 가입했지만 만기가 되면 야금야금 내어 쓴 경우가 숱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데다 업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씨는 불안한 마음에 재무설계를 신청했다.

Q2. 문제점


정씨는 생활비 지출이 과한 편이었다. 하루 두끼 이상을 회사에서 해결하는 데도 식비 포함 80만원을 쓴다는 점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었다. 이직을 위한 자격증 취득 교육비(10만원)을 제외하더라도 70만원을 쓰는 셈이다. 대부분 지인과의 모임이나 취미생활에 사용했는데 이는 과소비를 부추기는 비정기지출이었다. ‘생활비’라는 명목으로 뭉뚱그려진 지출 내역을 샅샅이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간편하게 가계부를 쓸 수 있어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보험은 의료실비 포함 건강보장보험으로 보장 범위는 넓은 편이었다. 하지만 가족력이나 특별한 발병요인이 없음에도 보장 범위가 넓어 보험료가 비싼 편이었다. 가입돼 있는 1년 만기 적금은 금리가 1.17%로 연간 물가상승률 1.9%(2017년 기준)에 못 미쳤다. 원금에 이자가 붙기는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이율은 마이너스나 다름 없었다.

Q3. 해결점


정씨의 투자성향은 안정성과 공격성을 모두 갖춘 중도성향이었다. 이를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생활비를 절반(40만원)으로 줄이고 금리가 낮은 적금(30만원)을 해지했다. 불필요한 보험을 축소해 2만원을 절약, 총 72만원 자금을 마련했다.

이중 30만원을 저축은행의 1년 만기ㆍ금리 2.8% 적금에 가입했다. 적립식펀드(총 20만원)는 안정적 수익 확보를 위해 국내ㆍ아시아배당주펀드에 나눠 투자했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연금(15만원)에 가입, 나머지 7만원은 비상자금 목적으로 CMA에 모으기로 했다. 불필요한 생활비를 줄여 저축ㆍ투자를 늘린 셈이다. 갑자기 줄어든 생활비로 자칫 무력감에 빠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재무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강수현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korifa@daum.net│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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