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문 보도사진가의 여정

▲ 임인호 금속활자장. [사진=박상문 작가]

도예가, 소리명창, 서예가 …. 한국 전통문화에 불씨를 지피는 사람들, ‘장인匠人’이다. 캘리그래퍼, 정원디자이너 …. 한국 현대문화를 이끄는 아티스트들, 역시 ‘장인’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부와 명예가 없는 척박한 길이라도 기꺼이 걸어온 40인의 장인을 렌즈에 담았다. 35년 경력의 박상문 보도사진가가 전국방방곡곡을 누비며 촬영하고 엄선한 사진을 통해서다. 장인이 장인을 찍었다.

그는 35년간 카메라를 들고 방방곡곡을 누볐다. 수많은 피사체를 카메라에 담았지만 유독 애착이 간 것은 사람이었다. 충무로부터 계룡산, 하회마을, 남해의 외딴섬 독거혈도까지 지체 없이 발길을 옮긴 것도 사람 때문이었다. 그가 만난 이들은 지위 높은 권세가나 돈 많은 CEO가 아니다. 묵묵히 자기 길을 걷는 숨은 장인匠人들이었다.

▲ 김종흥 장승 깎기 명인. [사진=박상문 작가]
▲ 박사규 기천문 문주. [사진=박상문 작가]

단순히 장인을 소개하기 위함이 아니다. 박상문 보도사진가는 40인의 모습에서 역사적 사명감과 자기희생을 엿봤다. “지독할 만큼 치열하고 열정적인 삶, 자신의 일에 모든 에너지를 바치는 숭고한 삶이 거기에 있었어요. 그들이 가는 길이 꽃길이 아니었지만 사진에 담고 싶었죠.”

▲ 김영준 나전칠기 작가. [사진=박상문 작가]
▲ 김진묵 음악평론가. [사진=박상문 작가]
▲ 남정예 민화작가. [사진=박상문 작가]
▲ 도연 스님 조류연구가. [사진=박상문 작가]
▲ 송기진 도예가. [사진=박상문 작가]
▲ 유지숙 서도민요. [사진=박상문 작가]

책의 맨 앞에 소개된 김영준 나전칠기 작가의 길도 그랬다. 지금은 평창올림픽 초대작가ㆍ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자 제작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그는 인고의 시간을 감내해 왔다. 잘나가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길을 버리고, 자개의 영롱함에 매료돼 나전칠기의 길에 들어선 김영준 작가는 나전칠기를 현대화하기 위해 유학까지 마쳤지만 결과는 ‘7년만의 파산’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나전칠기에 매달렸다. 오늘 성공은 숱한 실패와 좌절, 실망을 극복한 결과인 셈이다.

임인호 금속활자장도 밤낮없이 금속활자에 매달렸다. 오국진 선생의 문하생 12년 만에 제2대 금속활자장이 된 그는 흔적조차 사라진 금속활자 3만여자를 전통 방식으로 복원했다. 꼬박 5년이 걸렸다. 밤을 지새우는 건 다반사.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로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하지만 사라질 뻔한 전통문화를 되살렸다는 기쁨이 그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 황지해 정원디자이너. [사진=박상문 작가]
▲ 남혜인 천연염색 전문가. [사진=박상문 작가]
▲ 박상현 맹금류재활사. [사진=박상문 작가]
▲ 방화선 선자장. [사진=박상문 작가]
▲ 송민숙 죽비춤. [사진=박상문 작가]
▲ 안종연 빛의예술가. [사진=박상문 작가]

“40인의 장인 모두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변과 이웃 나아가 사회와 국가를 위해 고독하지만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고 있어요. 이들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HUMANS of KOREA 한국 사람들」을 출간한 이유입니다.”

책에 실린 250장의 사진이 더 큰 울림을 주는 건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생동감 넘치는 장인들의 삶이 프레임에 그대로 담긴 듯하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야할 길을 알게 됐다”는 박상문 보도사진가. 그의 작품은 삶과 사람다움을 고찰하게 한다. 그 역시 ‘장인’이었다.

▲ 오주현 도자인형작가. [사진=박상문 작가]
▲ 유진경 소목장. [사진=박상문 작가]
▲ 임화영 판소리 명창. [사진=박상문 작가]
▲ 「HUMANS of KOREA 한국 사람들」(예문아카이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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