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석의 Branding] 팬톤, 스타벅스와 잡스를 색으로 유혹하다
[정안석의 Branding] 팬톤, 스타벅스와 잡스를 색으로 유혹하다
  • 정안석 인그라프 대표
  • 호수 278
  • 승인 2018.03.08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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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그라프 특약 ❸ | 팬톤과 色의 경제학

팬톤을 아는가. 대중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패션ㆍ화장품ㆍ유통ㆍ스마트폰 등 수많은 산업에서 이 회사를 주목하고 있다. 팬톤이 전세계 색상의 ‘표준’을 점유하고 있어서다. 색깔에는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팬톤은 그걸 잡아냈고, 많은 기업을 홀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팬톤과 색의 경제학을 살펴봤다. 정안석 인그라프 대표가 도왔다.

▲ 스타벅스 브랜드가 녹색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사진=뉴시스]

2017년 말 스타벅스를 들렀을 때 의외의 이름을 발견했다. ‘팬톤’이다. 스타벅스는 커피 17잔을 마시면 고객에 증정하는 플래너를 팬톤과 협업해 만들었다. 팬톤은 누군가에겐 낯선 기업일 수도, 누군가에겐 귀에 닳도록 익숙한 기업일 수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필자는 후자에 속한다.

이 회사는 ‘색깔’을 다룬다. 디자인 커리어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게 ‘팬톤 컬러북’이다. 인쇄, 제품 도색, 인테리어 외장재 컬러, 건물 색채 계획 등 팬톤 컬러북을 쓰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다. 2018년 스타벅스 플래너의 콘셉트 역시 ‘스타벅스와 함께하는 다채로운 일상’이다.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5가지 색상으로 제작했다.

글로벌 색채전문회사 팬톤은 색상 매칭 시스템 ‘PMS(Pantone matching system)’를 만들어 색상을 표준화하고 거기에 맞는 이름을 붙였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을 좀더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색의 기준을 만들고, 그 색에 의미를 부여한다.”

간단해 보이는 이 작업은 산업계에 혁신을 일으켰다. 그간 색상을 저마다 다르게 정의하면서 혼선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 혼란을 잠재운 게 팬톤 컬러북이다.


브랜드 로고의 핵심요소 중 하나도 색이다. 필자 역시 팬톤의 컬러 정보를 기업 로고에 적용한다. 다양한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통해 적합한 색 디지털데이터를 만들면 팬톤의 컬러 중 하나를 비교ㆍ선택하는 식이다.

애플이 제품 플라스틱 케이스 색깔을 결정하기 위해 선택했던 업체도 팬톤이다. 당시 팬톤은 2000가지 종류의 베이지색을 제시했음에도 스티브 잡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며 실랑이를 벌인 유명한 일화도 있다.

글로벌 색상의 표준을 선점한 팬톤의 가치는 크다. 2007년 색상계측장비회사인 X-라이트에 인수될 당시 인수대금만 1억8000만 달러(약 2080억원)에 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팬톤은 2000년부터 매년 12월 ‘올해의 컬러’를 선정하는데 패션ㆍ화장품 등 색깔에 민감한 소비재들은 바로 이 색을 적용한다. 팬톤이 색의 유행까지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색은 기업 비즈니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팬톤과 협업한 스타벅스의 예를 들어보자. 스타벅스 하면 떠오르는 색은 뭘까. 열에 아홉은 녹색을 떠올릴 게다. 스타벅스의 메인 로고 ‘싸이렌’이 녹색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타벅스가 매장 전부를 녹색으로 덮어놓은 건 아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보통 녹색은 10% 안쪽의 포인트 컬러로만 사용된다. 나머지 90%가량의 인테리어 컬러는 브라운, 웜그레이, 블랙컬러 등을 전략적으로 쓴다.

‘색깔의 구글’ 팬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의 컬러를 녹색으로 인지한다. 여기엔 스타벅스의 정교한 마케팅 기술이 숨어 있다. 스타벅스는 그간 ‘친환경’ ‘성장’ ‘특별함’ 등을 경영 키워드로 강조해왔는데, 공교롭게도 이는 녹색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커피 자체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섬세한 제품인 데다 커피원두는 로스팅 되기 전 녹색 빛을 내기 때문이다. 브랜드 업계에서 스타벅스가 녹색을 선점해 누리는 이점이 꽤 많다고 분석하는 이유다.

필자가 최근 스타벅스 브랜드의 그린컬러 이슈와 관련해 목격한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논현역에 스타벅스리저브 매장이 생겼다. 스타벅스리저브는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다. 기존 스타벅스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인지 가로ㆍ세로 1m 크기의 구릿빛을 띄는 입체로고를 뒀다.

필자는 이 로고가 녹색이 아니라는 점에서 낯설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두달이 지나자 다시 녹색의 입체로고로 변경돼 있었다. 필자는 “구릿빛의 로고가 소비자들에게 낯설게 다가간 것이 초기 매출 부진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브랜드 컬러는 비즈니스의 핵심을 담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된다. 브랜드를 처음 갖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브랜드 컬러 선정을 신중하게 못했다가 곤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팬톤의 데이터를 활용하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 기업들이 팬톤을 계속 찾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앞으로도 팬톤은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 색깔이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힘을 갖고 있어서다.
정안석 인그라프 대표 joel@ingraff.com | 더스쿠프 브랜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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