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떠오른 더마화장품 시장

▲ 화장품 업체의 제약사 인수, 제약사의 화장품 출시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유리아쥬, 바이오더마, 아벤느 등 수입 브랜드가 쥐고 있던 더마화장품 시장이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H&B(Health&Beauty)스토어, 홈쇼핑 등 유통채널이 다양해진 데다, 화장품의 성분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마화장품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는 건데, 제약사가 화장품 업체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스쿠프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더마화장품 시장을 분석했다.

화장품 업체들이 잇따라 제약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약국화장품’ ‘피부과화장품’이라 불리는 더마코스메틱(Dermatology+Cosmetic)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더마코스메틱(더마화장품)은 피부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Cosmetic)의 합성어로 의약품 수준의 고기능성 제품을 일컫는다.

최근 더마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은 한국콜마다.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전문기업인 한국콜마는 지난 2월 CJ그룹 계열 제약사인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CJ헬스케어의 신약 개발 역량과 영업 인프라를 활용해 제약뿐만 아니라 더마화장품 분야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더마화장품 제품의 의뢰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이번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더마화장품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한국콜마의 2017년 상반기 더마화장품 의뢰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ㆍTHADD) 보복조치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더마화장품만은 효자노릇을 한 셈이다. 

LG생활건강이 태극제약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은 태극제약 인수에 앞서 2014년 피부과 전문의가 개발한 차앤박 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스를 인수, 더마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LG생활건강의 인수 후 차앤박 화장품의 2016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8%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태극제약은 기미주근깨 치료제인 ‘도미나크림’으로 유명한 제약사다. 일반의약품 매출액 중 70% 이상이 피부흉터ㆍ여드름ㆍ화상치료 기능제품이 차지할 만큼, 피부연고 분야에서 강세다. LG생활건강은 태극제약의 기술력을 활용해 신규 더마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태극제약을 탐내던 화장품 업체는 또 있다. 로드숍 전문 브랜드 토니모리다. 이 회사는 LG생활건강에 앞서 지난해 9월 태극제약 인수에 나섰다. 하지만 인수 과정 중 태극제약의 우발채무가 발견되면서 무산됐다. 태극제약의 기술력을 활용해 더마화장품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던 토니모리로선 뼈아픈 실패를 맛본 셈이다.

결국 토니모리는 지난 2월 바이오 벤처기업 에이투젠을 인수하면서 숙원사업에 진출했다. 에이투젠은 기능성 바이오틱스 개발 업체다. 이를 통해 토니모리는 프로바이오틱스 배양액을 활용한 화장품 원료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차별화된 원료를 개발해 더마화장품 제품력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체들이 제약업체를 M&A하는 이유는 더마화장품 시장의 성장성에 있다. 국내 더마화장품 시장 규모는 5000억원(한국코스메슈티컬연구소)대에 불과하지만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다. 2020년에는 1조2000억원대 규모로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도 꾸준히 성장세다. 2012년 320억 달러이던 세계 더마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470억 달러로 증가했다. 국내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세계 시장 진출도 노려볼 수 있다. 경기침체와 브랜드간 경쟁 심화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화장품 업체들로선 놓치고 싶지 않은 블루오션인 셈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제약사와 화장품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홈쇼핑이나 H&B(Health&Beauty)스토어 등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더마화장품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호랑이 등에 올라타려는 이들이 숱하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체뿐만 아니라 제약사(25개ㆍ2016년 기준), 바이오 업체(18개)도 더마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2015년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 마데카솔을 활용한 ‘마데카크림’ 등을 출시했다. 대웅제약도 2006년 출시한 더마화장품 ‘이지듀’를 리뉴얼 출시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줄기세포기술을 활용한 화장품 ‘셀블룸’을 내놨다. 여기에 의료기기업체와 병의원까지 더마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은 화장품 업계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화장품 업계 선두인 아모레퍼시픽이 더마화장품 시장 진출에 소극적인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체 더마 브랜드 ‘에스트라’를 병의원 유통채널에서 한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에뛰드ㆍ아이오페 등 기존 브랜드에서 더마라인을 출시하고 있지만 제약사 인수 등 적극적 행보는 띠지 않고 있다. 2013년 계열사인 태평양제약을 매각하면서 뷰티ㆍ건강 분야에 집중한다는 사업계획을 세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화장품 성분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난 건 맞다”면서 “새로운 더마 브랜드 출시는 아니더라도 화학성분을 최소화한 제품을 꾸준히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더마화장품의 성공 포인트는 소비자의 신뢰를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에 있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화장품과 의약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지만 기능성 면에서 더마화장품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신원료, 신기술 개발 등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마화장품 열풍이 마케팅 수준에 머무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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