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는 놈 신통찮으니 뒷말 나돌지

삼성전자는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시장은 수년째 ‘OLED TV 진출설’을 쏟아낸다. 삼성전자가 미는 제품군은 퀀텀닷 TV다. 당사자가 아니라는 데 왜 자꾸 소문이 꼬리를 무는 걸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퀀텀닷 TV의 시장 평가가 신통치 않다는 점이 소문을 부추긴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소문은 사실로 드러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삼성전자의 OLED TV 진출설을 취재했다.

▲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진출설이 또 불거졌지만, 삼성전자 측은 이를 부인했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결국 OLED TV를 만들 거다.” 디스플레이 시장에 수년째 나오는 전망이지만, 그때마다 삼성전자는 “그럴 생각이 없다”면서 일축했다. 실제로 OLED TV를 밀고 있는 LG전자와 달리 2014년 이후 OLED TV를 출시하지 않았다. 대신 ‘퀀텀닷 TV’를 밀고 있다. 퀀텀닷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반도체 결정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재진출설이 솔솔 나온다. 이번에도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의문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첫째 이유는 TV시장이 OLED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OLED TV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문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OLED TV 판매량은 159만2000대였다. 2016년(72만3000대)보다 54.6% 늘어난 수치다. 글로벌 TV제조업체들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

2013년 OLED TV 제조업체는 LG전자뿐이었다. 지금은 중국의 1ㆍ2위 TV제조업체인 스카이워스와 하이센스는 물론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도 OLED TV시장에 뛰어들었다. 옛 전략을 고집하다간 삼성전자만 소외될지 모른다. 삼성전자의 OLED 진출설이 꼬리를 무는 건 이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삼성전자가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퀀텀닷 TV가 기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OLED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QLED TV를 만들겠다”면서 퀀텀닷 TV를 QLED TV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의견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QLED TV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자체발광 TV’를 의미하지만, 삼성전자의 퀀텀닷 TV는 ‘기존 LCD TV에 퀀텀닷 기술을 일부 적용한 것이다. 퀀텀닷 TV를 존재하지도 않는 QLED TV라고 부르는 격이다.”

더구나 퀀텀닷 TV는 OLED TV에는 필요 없는 각종 필름을 패널에 부착하기 때문에 두껍고 무겁다. 가령, LG OLED TV 77인치 W7 모델의 두께와 무게는 5.96㎜/12.3㎏인 반면, 삼성 퀀텀닷 TV 75인치 Q9 모델의 두께와 무게는 24.9㎜/41.7㎏에 이른다. 퀀텀닷 TV의 예상치 못한 고전이 삼성전자가 OLED TV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로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OLED TV 판매량이 퀀텀닷 TV 판매량을 앞질러서다. 지난해 4분기 OLED TV는 세계 TV시장에서 74만대가 팔린 반면, 퀀텀닷 TV는 44만대 판매에 그쳤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완전히 OLED TV로 갈아타지 않고, 독자적인 방식의 OLED를 접목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OLED 진출 자체를 부인한 삼성전자는 변명거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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