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분양받기 지름길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되고 있다. 정부가 청약 문턱을 높여 놓은 게 투기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질 거란 점까지 감안하면 올해 분양시장을 내집마련의 기회로 삼아도 괜찮을 법하다. 다만, 대출 규제 때문에 자금 조달이 수월하지 않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 정부가 청약 문턱을 높이면서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집을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내집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들려오는 얘기도 제각각이다. “실수요자라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사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관망기인 만큼 서두르지 말라”는 조언도 나온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을 풀려면 내집마련의 방식부터 체크해야 한다. 내집마련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것, 둘째는 분양을 받는 것이다. 이중 전자에 해당하는 실수요자라면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오른 데다 금리인상, 정부규제 등이 잇따를 공산이 커서다. 구입하길 원하는 집이 어디에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가령, 서울이라면 지금 집을 사는 게 나쁘지 않다. 올해 부동산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집을 장만할 생각이라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나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공급이 충분하기 때문에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하반기로 갈수록 집값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방은 당분간 매매보다는 전세를 선택하는 게 좋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집 구입보단 분양이 좋아

내집마련의 두번째 방법인 분양은 적극 노려볼 만하다. 분양시장은 현재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되고 있다. 정부가 청약 문턱을 높여 가수요를 걷어낸 결과다. 건설사들이 수년 전부터 확보한 물량을 대거 꺼내들 계획이라는 점도 희소식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뛰어들어도 리스크가 없다는 건 아니다. 쏟아지는 공급 물량 중 알짜 분양단지가 어디인지, 청약 자격요건에 부합하는지, 자금 여력이 충분한지 등 꼼꼼히 살펴봐야할 게 많다. 자신에게 맞는 청약 전략을 세운 다음 분양시장을 살펴야 한다. 

 
우선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라면 올해 분양시장에서 선택의 폭이 상당히 넓다. 지난해 8ㆍ2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의 청약 1순위 자격요건이 높아지면서 청약경쟁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전엔 서울 강남3구 등 인기 단지에 당첨되려면 가점이 60점대는 돼야 했다. 최근엔 20~30점대 당첨자도 종종 나오고 있다.

다만, 양극화나 ‘로또 분양’ 기대감에 일부 단지에 청약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로 인한 집값 상승을 우려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신축 단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곳은 청약자가 쏠리기 십상이다. 일례로 지난해 9월 분양한 ‘신반포 센트럴 자이’는 주변 시세보다 2억~3억원가량 저렴해 청약 당첨자의 평균 가점이 70점에 달했다.

청약가점이 낮아도 당첨될 길이 없는 건 아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ㆍ분당, 세종 등 투기과열지역에선 전용면적 85㎡(약 26평) 초과 주택은 분양물량의 50%만 가점제를 진행하고 나머지는 추첨제로 뽑는다는 점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의 주택 대부분이 중대형이라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당해 지역의 우선 청약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높지 않은 가점으로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지난 1월 공급된 과천 부림동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의 분양에선 가점이 10점대인 당해지역 당첨자가 적지 않았다.

미계약분을 노리는 것도 효율적이다. 미계약분은 청약조건이 안 되는데 신청을 했거나 당첨된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계약을 포기한 물량을 말한다. 통상 분양 물량의 10% 내외로 나오는데, 선착순이나 현장 추첨, 인터넷 추첨 등으로 판매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다는 이점이 있지만 잔여물량이기 때문에 선호하는 층이나 동이 아닐 공산이 크다.

신혼부부는 특별공급 물량을 공략하는 게 유리하다. 3월부터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이 기존의 2배로 확대되는 데다, 신혼부부 자격이 결혼 5년 이내 1자녀 이상에서 결혼 7년 이내 무자녀로 완화되기 때문이다. 특별공급 청약에 떨어져도 일반공급 청약에 다시 넣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청약가점 외에 따져봐야 할 건 또 있다. 청약 기본조건이다. 기껏 청약에 당첨됐다가 조건 부적격자로 청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약 부적격 처리 건수는 2만1800건에 달했는데, 그중 가점 오류, 지역 위반, 무주택자 여부 오류 등 단순 실수로 인한 부적격 건수가 약 66%를 차지했다.

자금 마련 계획은 보수적으로

이처럼 내집마련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하지만 방법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자금 계획이다. 올해는 규제 요인이 많아 구입이든 분양이든 자금계획을 더욱 꼼꼼히 세워야 한다. 8ㆍ2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한도가 줄어든 데다 신DTI도 적용됐기 때문이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까지 산정하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제도도 올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갈수록 대출받기가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건데, 금리 인상까지 감안하면 상환능력을 점검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3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한 뒤 그에 맞춰 내집의 조건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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