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ㆍ북미 정상회담 대비책


한반도에 빠른 속도로 봄이 오고 있다. 날씨만이 아니라 전쟁위기설까지 나돌았던 안보 전선에도. 4월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에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의 깜짝 제의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가 놀랐다. 외신들은 ‘대사건’ ‘중대 변화’라고 평가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급히 통화했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사 단계에 이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과 한반도 운전자론이 통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체제 보장을 원하는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지렛대로 삼으려 들겠지만,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접촉과 회담 결과에 따라 비핵화에 이어 65년간 이어져온 한반도 휴전 상태를 종식시키는 북미평화협정 체결에 이를 수도 있다. 한반도 정세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결이 다른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정부는 차분하고 냉철하게 정상회담과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이산가족 상봉 재개 및 문화ㆍ스포츠 교류가 우선 거론되겠지만, 정상회담이 순항하면 남북경협 확대로 초점이 모아질 것이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로 쪼들리는 북한 입장에서도 남북경협 확대가 절실하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큰 줄기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착수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중단 상태인 개성공단 조업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음이다. 남북한 철도연결을 비롯한 남북 공동 인프라 구축과 같은 여러 프로젝트도 거론될 것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이 공단 재가동을 준비함은 물론 다른 기업들도 확대될 남북경협과 개발 프로젝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남북경협은 남북한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우리는 내수시장이 확대되는 효과에다 우리말로 소통이 가능한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 수많은 중소ㆍ중견기업들에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남북한을 합치면 인구 8000만명의 탄탄한 내수시장이 확보된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시동에 따라 흔들리는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자본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은 그동안 지정학적 리스크와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따라 기업의 주가를 끌어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차단할 것이다. 나아가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으로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 증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보듯 분단국가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는 꾸준한 접촉을 통한 변화 유도가 관건이다. 분단 44년 만인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은 서독이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사회문화적 교류 협력을 단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전개한 결과다.

이른바 ‘접근을 통한 변화 정책’이 진보 성향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에서 헬무트 슈미트로, 헬무트 슈미트에서 보수 성향의 헬무트 콜로 이어져 마침내 통일은 콜 총리 시대에 이뤄졌다.

우리는 어떤가. 어렵사리 접근을 통한 변화 채널-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을 마련했으나 교류 협력은 단계적이지도, 일관적이지도 않았다.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이끈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10ㆍ4 남북공동선언은 정권이 보수정부로 바뀌자 퍼주기 논란에 시달리는 등 평가절하됐다. 금강산 관광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중단됐고, 개성공단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로 폐쇄됐다.

특히 개성공단은 통일 선진국 독일이 부러워한 자본주의 학습장이었다. 공단 입주기업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세계 경제의 경쟁체제에 맞춰 일하며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체험했다. 현장을 둘러본 독일 유력 정치인이 ‘분단 시절 독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더라면 동ㆍ서독의 경제ㆍ사회 통합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충격을 줄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치있는 공단의 재가동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남북이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냄으로써 제2, 제3의 남북합작 공단을 건설하는 쪽으로 발전시키자.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외교안보 외에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빅 이벤트다. 핵 단추를 거론하던 살벌한 분위기에서 대화 모드로 급전환한 모멘텀을 잘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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