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GM본사는 전략적이다. 세계 각국에 둔 자회사의 내부 정보를 꽁꽁 숨기기 위해 상장을 하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GM 자회사의 실적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많은 손실을 냈는지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GM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신중하게 한국GM의 내부 상황을 뜯어보는 것이다. 급하면 당한다.

▲ 한국GM 내부장부 확인을 GM 사태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사진=뉴시스]
한국GM의 철수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자 정부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현 정부가 일자리를 핵심 콘셉트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의 고용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사정을 GM본사가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GM은 수십년간 세계시장에서 자회사 폐쇄나 공장 철수를 무기로 더 많은 지원을 끌어내왔다. 숱하게 많은 변수를 꼼꼼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 정부는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 게 좋을까. 일단 성급한 결정은 금물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든 다른 조치를 취하든 한국GM의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급선무다. 이는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모든 기업을 향해 ‘투명경영’을 강조해왔다.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실질적인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해산 절차를 밟기도 했다. 이렇게 강단 있는 원칙은 글로벌 기업 GM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기업에 형평성과 타당성을 설명할 수 있다.

한국GM의 미래 플랜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한국GM은 수년 동안 인상적인 신차新車를 시장에 론칭하지 못했다. 이를 토대로 GM의 플랜에 진정성이 있는지 능히 확인할 수 있다. 가령, GM본사가 한국GM에 느닷없이 신차 투입을 결정했다고 치자. 이는 공장 재개라는 점에서 호재임에 분명하지만 신차가 무엇이냐에 따라 방향성이 크게 바뀐다.

신차가 베스트셀러 모델이 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형식적 배정을 위한 모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출시 1년 만에 단종 되는 군산공장의 ‘올 뉴 크루즈’가 본보기다. 심지어 크루즈는 ‘잘 만든 차’라는 평가를 받고도 가격 정책에서 실패하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 까다로운 전제 조건을 붙이는 게 좋다. 예컨대, 10년 이상 국내 거주한다는 조건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의결권 보장, 한국GM 장부의 수시 공개 등 조건도 괜찮다.

 
글로벌 GM은 세계 각국에 있는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고 지분 확보를 통해 운영해왔다. 이 전략을 통해 GM은 어떤 정부도 GM 자회사의 정보를 맘대로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반면, 해당 정부 입장에선 GM 자회사의 투명한 정보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다. 우리 정부가 한국GM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내부정보를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구체적인 부실 원인을 파악하는 거다.

노조도 희생 함께해야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은 90%가 넘어 다른 자동차 업체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데 그 이유가 한국으로 보내는 부품 가격을 부풀린 탓이라는 의혹도 있다. 또다른 과제도 있다. 한국GM 노조의 희생이다. 임금동결, 상여금 최소화 등을 통해 노조도 한국GM을 살리기 위해 동참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정부도 GM 본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명분도 가질 수 있다.

어쨌거나 한국GM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기본 원칙을 어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GM으로 발생하는 손실은 곧 국민이 세금으로 분담할 수밖에 없다. GM이 한국시장을 떠나는 게 두렵다고 GM 관련 조사를 허투루 하거나 검증을 소홀히 해선 안되는 이유다. GM 사태 처리 절차는 어쩌면 지금부터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