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9급 공무원

“보장 내용도, 범위도 모른다. 약관 한번 제대로 눈여겨본 적 없다.” 이런 유형의 보험상품을 갖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보험상품에 잘못 가입한 거다. 요모조모 따져보지 않은 정체불명의 보험은 결국 가계에 피해를 준다. 보험상품만 잘 정리해도 재무상황이 달라지는 이유다.

▲ 보험상품 가입도, 저축도 목적에 맞아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많은 이들에게 보험은 애물단지다. 불안한 미래 탓에 어쩔 수 없이 보험에 가입하지만 서비스 만족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80%대(생명보험 84.9%ㆍ손해보험 89.5%)에 이른다. 반면 금감원에 접수되는 보험 관련 민원은 지난 2016년 1만6307건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보험이 애물단지가 된 건 보험시장의 이상한 구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상품만을 판매한다. 당연히 보험상품은 상당히 다양함에도 골고루 판매될 수 없다. 가입자의 요구사항이나 재무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보험상품도 난무한다. 소비자는 자신이 생각했던 보험상품과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보험료에 부담을 느껴 해지하기 일쑤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보험은 내 삶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내 자산을 갉아먹는 리스크가 된다.

중요한 건 뒤늦게 후회해 봐야 당사자 간 계약을 어찌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계 재정을 설계할 때 보험상품의 가입 목적, 중복 보장 여부, 보장 내용의 타당성, 비용 등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요한 건 남기고, 불필요한 건 정리해서 새판을 짜야 한다는 거다.

충남에서 9급 공무원으로 4년째 일하고 있는 이주연(가명ㆍ31)씨. 그녀의 재무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도 보험 때문이었다. 어떤 보장을 해주는지도 모르는 보험에 매달 나가는 비용이 전체 수익의 10%에 달했기 때문이다. 보험을 조정하고 나니 재무상황은 훨씬 좋아졌다.

Q1 지출구조

오씨의 수입은 월 210만원. 정기적으로 식비(13만원), 통신비(7만원), 유류비(12만원), 친목회비(10만원), 부모님용돈(20만원), 취미생활비(8만원)를 합쳐 월 70만원을 지출한다. 비소비성 지출은 종신보험(20만원), 건강보험(6만원), 운전자보험(4만원), 연금저축보험(10만원), 정기적금(40만원), 공무원공제회(10만원), 청약저축(10만원)을 합쳐 월 100만원이다. 여기에 비정기지출 50만원까지 합하면, 월 소비는 220만원으로 10만원 마이너스다.

오씨는 지금 교재 중인 사람과 내년에 결혼할 생각이다. 결혼 후 살 집은 최대한 대출을 받지 않고 마련하겠다는 게 그녀의 목표다. 은퇴 후에는 현재 화폐가치 기준으로 월 200만원 정도 쓸 수 있길 희망한다. 중요한 건 현재 상황으로는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지금의 마이너스 가계를 플러스 가계로 만들 수 없을까.

Q2 문제점

일단 정기지출을 보자. 통신비와 유류비, 취미생활비는 적절해 보인다. 친목회비도 친구들끼리 경조사를 챙기기 위한 것이어서 예금에 가깝다. 독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드리는 부모님용돈은 생활비를 부담하는 수준이다. 비소비성 지출도 대부분(정기적금ㆍ연금저축보험ㆍ공무원공제회ㆍ청약저축) 정기적금과 성격이 비슷해 무난하다.

문제는 30만원이라는 돈이 보장성보험료(종신보험ㆍ운전자보험ㆍ건강보험)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의 다양한 보험상품을 분석해 합리적으로 구성하지 못한 결과다. 비정기 지출도 문제다. 내역도 없이 50만원씩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정기지출의 식대 외에 별도의 식대가 비정기 지출로 나가는 식이었다. 소비행태를 명확히 알 수 없었다.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오씨의 지출구조는 비교적 양호하다. 보험상품을 잘 정리하고, 비정기 지출만 잘 세분화한다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

Q3 해결점

먼저 10만원씩 내던 공무원공제회 저축을 20만원으로 늘렸다. 복리인데다가 시중 은행보다 금리가 높아서다. 20만원이던 종신보험은 다른 보험과 보장내용이 중복되는 항목들을 빼내니 10만원으로 줄었다. 건강보험(6만원)에선 실손보험만 남겨 2만원으로 줄였고, 기존 운전자보험(4만원)은 해지했다. 대신 운전자보험이 포함된 10만원짜리 종합보험으로 채웠다.

50만원이던 비정기 지출에서는 식비(12만원), 생필품비(5만원)를 정기 지출로 바꿨다. 구분을 명확하게 해 놓으니 오씨도 33만원을 허투루 쓴다는 걸 알게 됐다. 2만원을 비소비성 지출로 채워 넣고, 나머지 21만원은 모두 비상금으로 빼놓기로 했다. 결국 가계부가 플러스로 돌아섰다.
홍성철 한국경제교육원㈜ 연구원 hsc4945@naver.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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