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제연구소 보고서 뜯어보니…

경기가 안 좋으면 아이 낳길 꺼려하고, 반대로 먹고 살기 좋아지면 출산율도 증가한다. 그동안 출산율이 경기 순환을 추적하는 지표로 사용돼 온 이유다. 하지만 경기 침체 전에 이미 임신이 줄었다면?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한 경기 침체 시그널을 출산율이 보내고 있었던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전미경제연구소 보고서를 살펴봤다.

 

“립스틱과 하이힐이 잘 팔리면 불황이다.” “주식 가격과 치마 길이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동안 불황과 호황을 말할 때 흔하게 써온 ‘립스틱 지수’ ‘하이힐 효과’ ‘헴라인 이론’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출산율은 경기 침체 선행지표’라는 연구 결과다. 경기가 침체하기 6개월 전에 임신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2월 26일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1989년부터 2016년까지 1억900만명의 출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1990년대 초, 2000년대 초, 2000년대 말 세번의 경기침체기 전에 여성의 임신이 줄었다.

예를 들어보자. 2001년 말 미국에서 엔론 사태가 터졌다. 미국의 대기업 중 하나였던 엔론이 파산하자 경제는 급격하게 흔들렸다. 직전 연도 4.1%였던 경제성장률은 1%로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2000년 406만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2001년 403만명으로 줄었다. 임신기간을 감안하면 엔론 사태가 터지기 전에 임신 수가 감소했던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에 이어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지자,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3%로 떨어졌다. 2007년 432만명까지 회복됐던 출생아 수 역시 2008년 425만명으로 감소했다.

연구에 참여한 대니얼 헝거맨 노터데임대 교수는 “재계 리더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초반기에는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확신했다”면서 “하지만 출산율만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출산율이 경기침체에 앞서 조용하지만 무서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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