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와 맬서스, 그리고 케인즈
인구감소와 맬서스, 그리고 케인즈
  • 이윤찬 기자
  • 호수 280
  • 승인 2018.03.14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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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률 1.05명에 숨은 우려들

▲ 급격한 인구감소는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 건조한 숫자 1.05명

합계출산율 1.05명(통계청 2017년). 건조한 이 숫자엔 ‘심각함’이 깃들어 있다. 굳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평균치(2015년 1.68명)를 빗댈 필요도 없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이 2.1명이라는 점만 보면 심각함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유례 없는 쇼크, 저출산의 공포…. 통계청의 합계출산율이 발표된 직후, 숱한 미디어들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 이유다. 그렇다면 쇼크와 공포는 우리를 정말 습격한 걸까.[※참고: 합계출산율은 15~49세 가임기간에 낳은 자녀수를 말한다.]

#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반론이 나온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1776년)」에서 내뱉은 주장(나라의 번영을 보여주는 척도는 인구증가수)이 맥없이 통용되던 18세기도 아닌데, 인구감소가 뭐 그리 무서운 리스크냐는 거다.

“인구가 줄면 누구든 교육을 받고 누구든 취업을 하는 세상이 열리지 않겠는가(대학생 이선정씨).” “어디선가 노동생산성 문제를 꼬집는데, 지금은 4차산업혁명기 아닌가. 노동자 100명이 하던 일을 로봇 1개가 대체할 수 있는 시대다. 인구가 줄어도 생산성이 높아질 여지는 많다. 인구감소는 큰 위험요인이 아니다(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다소 냉소적이고 앞선 논리지만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거시경제학자 요시카와 히로시는 자신의 저서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인구감소는 중대한 문제지만 일본에선 ‘인구감소 비관주의’가 지나치다. 선진국의 경제성장을 결정짓는 것은 인구가 아닌 이노베이션이다.”

# 급격함과 리스크

‘인구가 줄면 경제가 죽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논쟁이 필요하다. 요즘은 요시카와 히로시의 주장을 추종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급격한 인구감소’로 질문의 범위를 좁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급격함’은 사회구조를 흔들 만한 변수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럼 합계출산율 1.05명은 급격한 인구감소를 뜻하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분석한 통계의 밑단은 “그렇다”고 말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생아는 35만7700명에 그쳤다. 2016년(40만6243명) 대비 4만8500여명이나 덜 태어났다. 비교시점을 2000년(63만4501명)으로 끌어올리면, 17년 만에 27만여명이 줄었다는 결과가 나온다.

더 무서운 통계도 있다. 지난해 출생아가 가파르게 줄면서 노인인구(65세 이상ㆍ707만5518명)가 아동인구(0~14세ㆍ675만1043명)를 추월했다. 2028~2031년으로 예상되던 총인구 감소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맞다. 인구감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됐다.

# 독한 나비효과

가파른 인구감소는 ‘독한 나비효과’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 생산인구가 줄면 세수稅收가 감소할 것이다. 고령화는 재정지출을 늘릴 게 뻔하다. 소비층이 얇아져 시장이 쪼그라드는 것도 문제다. 제품공급량 감소→기업 실적 부진→일자리 감소를 부추기는 ‘U의 악마(Unemploymentㆍ실업)’가 출몰할 수 있어서다.



우리 경제는 왜 이런 상황에 빠졌을까. 전문가들은 정책의 방향과 초점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급격한 인구감소를 출산휴가제ㆍ단축근로제ㆍ아동수당 등 보육대책만으로 풀려했던 게 패착이었다는 거다.

정재훈 서울여대(사회복지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크게 보면 삶의 질質이 신통치 않으니까 아이를 낳지 않는 거다. 빈부격차ㆍ청년실업ㆍ주거문제 등 객관적인 삶의 조건을 개선해야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인구감소의 대책을 경제와 민생이라는 ‘큰 틀’에서 탐구했어야 옳았다는 자성론自省論이다.

# 성장론 vs 분배론

혹자는 이렇게 꼬집는다. “출산율을 거시경제에 빗대는 건 과하다.” 그렇지 않다. 출산율은 경기침체의 선행지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1989~2016년 1억900만명의 출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90년대 초, 2000년대 초, 2000년대 말 세번의 경기침체기 6개월 전에 여성의 임신이 줄었다.” 역으로 돌려보면, 경제를 회복시켜야 바닥으로 떨어진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문재인 정부의 분배론에 입각한 ‘소득주도 성장론’에 반감을 품고 있는 보수 성향의 학자들은 “지금이라도 성장노선을 제대로 밟자. 그래야 아기울음 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다”고 외친다.

▲ 인구감소는 재정지출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하지만 이 주장은 논리적ㆍ경험적으로 결함이 숱하게 많다. 성장노선을 줄기차게 고집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인구감소세의 물길을 돌려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정부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각각 1.22명, 1.17명에 불과했다. 최근 ‘소득재분배를 통해 성장의 과실을 나눠야 인구감소세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케인즈 이론(Keynesianism)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맬서스와 해답

경제는 심리다. ‘아이를 낳아도 살 만한 세상’이라는 기대심리가 쌓이면 인구감소세의 거친 기세는 한풀 꺾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의 보육대책만으론 부족하다. 가계소득을 늘리고, 사회 밑단에 온기溫氣를 전파하며, 세상(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18세기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자신의 저서 「인구론(1798년)」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아이를 낳아도 키울 수 없다는 공포심, 그로 인한 만혼화ㆍ비혼화는 인구를 억제시킬 것이다.” 그래, 이 말을 뒤집으면 답이 나온다.
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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