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할 만한 서울시 청년수당제도

“청년실업률 사상 최대” “대학가 가상화폐 열풍” “공시 경쟁률 최대”…. 한국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이다. 당장 대책마련이 시급한데, 쓸 만한 정책만 꺼내면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시는 이런 비판에도 청년수당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벤치마킹할 만한 정책이다.

▲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청년을 직접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사진=뉴시스]

A씨는 글쓰기에 남다른 재주가 있었다. 장래희망도 작가, 기자 등 글 쓰는 일만 꼽았다. 그런데 A씨 부모님의 기대는 달랐다. 영특한 아들이 취업이 잘돼는 공부를 하길 바랐다. A씨는 부모님의 기대를 맞췄다. 공대에 입학해 인공지능(AI)을 전공했다. 마침 4차산업혁명의 시대라며 AI 분야가 뜨기 시작하면서 부모님은 손뼉을 쳤다. 그런데도 A씨는 행복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학업을 중단했다.

청년문화포럼 활동을 하면서 만난 한 청년의 사례다. 이 포럼에선 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친다. 여기에 모인 청년들은 공통점이 있다. 영특한 계획을 세우고, 진취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매사에 도전적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멋진 청년들도 ‘미래’를 얘기할 땐 눈빛이 흔들린다. 복지와 급여 수준이 보장되는 직업을 원했다. 대체로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바랐다. 이들이 여기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 기업보다 오래 일할 수 있고 그만큼 안정적 수입과 높은 연금을 챙길 수 있어서다.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고개가 끄덕여졌다. 요즘 TV와 신문에서 청년의 미래를 밝게 조망하는 기사는 없다. 얼마 전까지 열풍이던 가상화폐 이슈 역시 계층 상승 사다리가 사라지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가상화폐 투자가 수저계급론, 이른바 흙수저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거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을 보자. 학자금 대출 상환에 시달리고 취업은 하늘에 별따기다. 지난해엔 청년 실업률이 9.9%로 역대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직을 한다 해도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한 얘기다. 내 명의로 된 집을 마련하는 건 고사하고, 원하는 수준의 집을 빌리는 것조차도 버겁다.

연애ㆍ결혼ㆍ출산 등 3가지만 포기하는 ‘3포세대’가 끝일 줄 알았는데, 어느덧 무한정한 N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로 진화했다. 이런 청년들에게 “공무원이나 대기업이 아닌 진로를 고민하라”고 요구하는 건 사치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대책을 꺼냈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효과를 두고는 의문이 많다. 우리나라 정부는 그간 숱하게 청년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그 수가 10년 동안 21회나 된다. 이중 효과를 낸 정책은 없다. 취업 이후 사업주에게 혜택을 주는 ‘간접 지원책’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15년 서울시가 발표한 청년수당 정책은 눈에 띈다. 직접 지원하는 정책이라서다. 청년수당의 취지는 ‘미취업 청년에게 구직활동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사회적 연계를 만들어주자’는 거다.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주 근무시간이 30시간 미만인 이들을 뽑아 최장 6개월간 월 50만원을 준다.

쉽게 말해, 돈 걱정 없이 취업 혹은 창업 준비를 하라는 거다. ‘포퓰리즘이다’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 등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당장 청년들의 현실을 떠올리면 이제껏 추진한 적 없던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서울시 청년수당과 닮은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한 이유다.
국도형 청년문화포럼 상임부회장 kukdory1@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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