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의 선택지는…

 

고용 쇼크다. 2월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을 간신히 넘겼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연간 취업자 증가폭을 지난해(32만명)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몇만명도 아닌 20만명 넘게 목표에 미달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한국GM과 중소 조선사들의 인력 구조조정, 이상 한파 등 특이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과연 그뿐일까.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가 많은 도ㆍ소매업과 숙박ㆍ음식업 등에서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감소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실업급여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정밀 분석해 진짜 원인을 밝혀내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큰 것으로 드러나면 2020년으로 공약한 1만원 도달 시점을 조정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동요부터 진정시켜야 할 것이다.

다급해진 정부가 15일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의 실질소득을 연 1000만원 정도 늘려주는 게 핵심이다. 소득세를 면제하고, 목돈 마련을 도와주며, 주거비를 싼 이자로 빌려준다. 중소기업에는 청년을 추가 고용할 때 지원하는 장려금을 늘리기로 했다.

국민 세금인 재정 투입과 세금 감면을 통해 대ㆍ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줄임으로써 청년들을 중소기업 취업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4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4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이라지만, 이번에도 역시 재정ㆍ세제 지원의 범주를 벗어나진 못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21차례 일자리 대책이 나왔는데 재정ㆍ세제 지원 일색이다. 막대한 나랏돈을 쏟아부었지만 일자리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청년실업은 악화됐다. 그런데 이번에도 청년과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규모만 늘렸을 뿐 실패한 정책을 답습했다.

연간 1000만원, 그것도 2021년까지 한시적으로 더 준다고 청년들이 선뜻 중소기업을 선택할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채용 여력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번 대책이 구직자는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어느 정도 완화하긴 하겠지만 일자리를 늘리는 근본 처방은 못 된다.

정부의 고민을 이해는 하지만, 재정으로 일자리 늘리기는 바람직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일자리는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과 시장에 맡기는 게 옳다. 고용 쇼크의 해결책은 기업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규제완화와 산업혁신, 노동개혁에 맞춰야 한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수많은 일자리가 걸려 있는 서비스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은 몇년째 국회에서 논의만 되풀이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개방형 병원, 카풀앱 서비스 등 기업들이 준비해온 숱한 신사업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더 늦기 전에 정부 규제를 ‘이것만 빼고 다 하라’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다양한 신산업을 태동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4차 산업혁명 대열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주요 대기업 7곳의 2010~2016년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직원이 8.5% 늘어난 사이 해외 직원은 70.5% 증가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해외로 빠져나가는 대기업의 괜찮은 일자리를 붙잡아야 한다.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U턴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경직된 노동환경과 강성 노조의 기득권 챙기기도 일자리 정체 및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근로시간 단축도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임금체계를 바꿔야 장시간 근로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일자리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는 툭하면 추경을 편성하는 재정 중독증을 경계해야 한다. 지난해 11조원의 일자리 추경을 집행하고도 성과가 없는데 또 같은 목적으로 추경을 편성할 태세다. 급하다고 자꾸 세금 쓰는 일자리를 늘리는 게 아닌, 시간이 걸려도 세금 내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개인도 국가도 지속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로 성공하려면 일자리 정책의 기본틀을 바꿔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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