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다문화가정의 재무설계 上

다문화가정의 재무설계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자라온 환경과 문화 등의 차이로 부부간 재무목표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다. 남편과 아내의 나이 차이가 많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공통된 재무목표를 세우지 못한 다문화가정 유씨 부부의 가계부를 점검했다. ‘실전재테크 Lab’ 8편 첫번째 이야기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왔다. 3월은 의미가 큰 달이다. 1년의 시작은 1월이지만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3월을 한해의 시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입학식이 3월에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사용된다. 재무설계에서도 3월은 무척 중요하다.

두꺼운 옷을 준비해야 하는 겨울에는 의류비 지출이 크게 증가한다. 연말연시, 설, 졸업식 등 지출을 증가시키는 이벤트도 3월 직전에 몰려있다. 자녀가 있는 가계는 더 심하다. 학년이 올라가거나 상급학교로 진학할 경우 교육비는 물론 교복구입 등 비정기 지출이 크게 늘어서다.

오늘은 네살배기 아들을 둔 다문화가정인 유정학(가명ㆍ42)씨와 유명주(가명ㆍ31)씨 부부의 재무설계를 소개하려 한다. 경북 구미에 거주하고 있는 유씨 부부는 직장에서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 베트남 출신의 아내는 7년 전 한국에 들어왔고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 한국 국적을 얻었다. 아들을 낳은 뒤 이름을 ‘유명주’로 바꿨다.

패션 감각이 비슷한 두사람은 나이에 비해 옷을 젊게 입었다. 아내 유씨의 한국어 수준도 유창했다. 겉모습만 보면 나이 차이가 조금 많은 커플 정도로 보였다. 철학과 가치관이 너무도 다른 여느 다문화가정과는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일반적인 다문화가정의 경우, 부부의 나이 차가 많고 아내의 한국어 수준이 낮아 공감대를 만들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을 하면서 한국에 온 경우가 많아 문화적ㆍ정서적인 이해도도 떨어진다. 문제는 이런 요인이 재무적 견해차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나이가 많은 남편은 보험과 노후의 니즈가 강하지만 아내는 자녀의 교육과 재테크에 관심이 높다.

 

필자의 기대와 달리 유씨 부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선 2월 4일 진행한 1차 상담에서 확인한 유씨 부부의 가계 재무환경을 살펴보자. 중소기업 협력업체 공장에서 일하는 남편의 월 소득(실 수령액)은 190만원이다. 아내가 지난해 시작한 베트남 음식점 월 평균 수입 80만원을 합하면 270만원이다.

소비성 지출을 보면, 각종 세금으로 월 12만원을 사용한다. 두 사람의 통신비는 월 8만원, 아들의 어린이집 추가 비용과 아들의 한글 교육비로 10만원을 지출한다. 여기에 양육비를 포함한 세식구의 생활비 60만원, 부부 용돈 50만원(남편 30만원ㆍ아내 20만원), 월세 25만원, 교통비 10만원 등을 지출하고 있었다. 비정기 지출로는 경조사비 10만원, 의류ㆍ미용비 20만원, 자동차 관리비 10만원, 여행ㆍ휴가비 10만원 등 월 50만원(연 600만원)을 사용한다. 금융성 상품은 보장성 보험료로 월 45만원, 일반저축 10만원, 적립식 펀드 10만원 등을 지출하고 있다.

이렇게 유씨 부부는 매월 280만원(소비성 지출 175만원+비정기 지출 50만원+금융성 상품 65만원)을 사용해 월 10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현금성 자산으로는 예금 250만원이 있었다. 아무리 지방(구미)에 살고 있다지만 부부의 소득이 너무 적었다. 지출내역도 빠듯해 조정이 쉽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부부의 재무적 의견 차이였다. 남편은 아내가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에 불만이 많았다.

남편의 말을 들어보자. “아내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의 투자금 4000만원은 전셋집(보증금 5000만원)을 월세(보증금 1000만원ㆍ월세 25만원)로 변경해 마련했어요. 월 평균 수입 80만원 중 월세 25만원을 빼면 손에 쥐는 돈은 55만원에 불과해요. 차라리 식당을 정리하고 취업을 하는 게 부족한 수입을 늘리는 데 유리하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아내의 의견은 남편과 달랐다. “아직 버는 돈이 많지는 않지만 수익이 꾸준히 늘고 있어요. 단골손님도 부쩍 증가했고요. 접다니요? 마음 같아선 식당을 더 확장하고 싶어요.”

 

2월 12일 진행한 2차 상담에서는 부부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오랜 논의 끝에 부부는 한발짝씩 양보하기로 했다. 식당을 접거나 확장하는 대신 내실을 다지면서 추이를 살펴보기로 했다. 필자는 “아이를 양육하면서 이 정도의 수익을 내고 단골손님이 늘어나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고 아내를 격려했다.

유씨 부부는 재무목표 1순위를 노후준비로 결정하고 자녀 교육비 마련과 내집 장만을 다음 목표로 정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가계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높이는 재무설계에 집중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했다. 언급했듯이 수입이 적은 유씨 부부가 지출을 줄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수입이 한정적인 상황에서는 지출을 줄이는 게 가계 재무환경 개선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비와 부부용돈은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줄여야 한다. 월 45만원을 사용하고 있는 보험도 잘못 가입된 게 없는지 자세히 뜯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예금에 넣고 여유자금과 펀드의 운영성과도 살펴봐야 한다. 유씨 부부의 재무설계는 이제 막 시작했다는 얘기다. 유씨 부부의 지출구조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는 다음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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