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자금 필요했나 매각 정지작업인가

실적악화, 신용등급 하향, 매각설 등장 등 각종 이슈에 휩싸인 롯데카드가 고액배당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 어려운 회사사정은 생각하지 않은 채 대주주와 오너 일가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롯데카드 매각 전 대주주의 자본회수, 경영권 분쟁에 대비한 자금조달을 위해 배당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롯데카드 고배당 논란에 숨은 이야기들을 취재했다.

▲ 지난해 3분기 적자를 기록한 롯데카드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사진=뉴시스]

실적부진에 빠진 롯데카드가 고액배당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 롯데카드는 2월 22일 의사회 결의를 통해 7474만59주에 주당 29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약 216억7460만원으로 26일 열리는 정기주주총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이는 롯데카드 창립 이후 첫 배당이 이뤄진 지난해 186억8500만원(주당 250원)보다 약 30억원 증가한 수치다. 

시장경제에서 배당은 상당히 중요하다. 기업에 투자한 주주에게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을 해소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시장의 신뢰를 높일 수도 있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16.95%로 신한카드(129.5%), KB국민카드(56.3%), 삼성카드(51.9%) 등 다른 카드사에 비해 높은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롯데카드의 배당이 눈에 띄는 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배당에 나섰기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2002년 창립 이후 2016년까지 단 한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당기순이익이 181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1년에도 배당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2016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인 ‘형제의 난’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휘몰아치자 첫 배당(2017년)에 나섰다.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한 올해는 배당을 더 확대했다. 시장이 롯데카드의 연이은 배당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적부진에도 고액배당

롯데카드 관계자는 “스팍스자산운용 지분 증권의 평가손실, 영업권 평가손실 등 일회성 비용의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 손실이 발생했다”면서도 “배당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롯데카드가 배당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매각 이슈, 신용등급 하향 등 악재가 겹치고 있어서다. 배당의 목 적이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배당 타이밍이었나 = 실적 부진이 기정사실화 된 올해는 배당을 더 늘렸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3분기 2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8개 카드사 중 유일한 적자전환이었다. 신용등급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한국기업평가ㆍ한국신용평가ㆍ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 3곳은 지난해 11월부터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모기업인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부정적’으로 낮아지면서 그룹의 지원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그 결과, 신용평가사 3곳은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을 ‘A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실적부진과 신용등급 하락은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중앙회가 롯데카드와 3월 내놓기로 했던 저축은행 고객 전용 신용카드의 출시를 잠정 보류했기 때문이다.

▲ 실적부진에 빠진 롯데카드가 대주주와 오너 일가를 위한 고액의 배당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카드 업계관계자는 “롯데카드 실적부진과 신용등급 하락이 영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신용등급 조정으로 회사채를 이용한 자금조달 비용 부담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롯데카드가 무리한 배당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다른 카드사에 비해 배당성향이 높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에 나서는 건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카드는 배당을 늘릴 상황은 아니다”라며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배당을 늘리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밝혔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산업경영학과) 교수는 “그 목적이 어디에 있든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과도한 배당을 하는 건 자회사의 건전성을 담보로 모회사와 대주주에게 돈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기업의 배당이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건 맞지만 지나친 배당에 대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권 다툼 위한 자금마련책인가 = 롯데카드가 밝힌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는 93.78%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쇼핑이다. 다음으로 롯데캐피탈과 부산롯데호텔이 각각 4.59%, 1.0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0.61%는 신동빈 회장(0.27%)ㆍ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0.17%)ㆍ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0.17%) 등 3남매가 보유하고 있다. 롯데카드가 밝힌 주주가치 제고의 대상이 오너 일가와 그 계열사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신 회장이 지주사 전환에 따른 매각, 끝나지 않은 경영권 분쟁 등을 앞두고 필요한 자금을 배당으로 끌어 모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려 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주주 가치 극대화가 결국 신동빈 회장 등 일부 대주주에게 경영권 분쟁에 필요한 돈을 주겠다는 의미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고객이 내는 수수료로 배를 불리는 카드 사의 고액배당은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꼴”이라며 “경영이 어렵다고 하면서 대주주에게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건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꼬집었다.

■매각 위한 꼼수인가 = 대주주가 롯데카드 매각 전 돈을 빼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롯데카드의 대주주가 매각 전 돈을 빼가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배당으로 받은 자금을 활용해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고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배당은 이사회 의결로 결정되지만 이사회는 주주의 영향을 받는다. 대주주의 의도가 이사회의 결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 

롯데카드는 배당과 관련한 지나친 해석을 경계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카드사 매각과 관련해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배당은 그저 주주가치 제고 방안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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