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장관의 탁상정책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홍 is everywhere’을 내세우며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서 건의 받은 과제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정책 중에는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한 게 많다는 지적이 많다. 홍 장관이 발품을 팔았다지만 탁상정책이 수두룩하다는 일침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을 분석했다.

▲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정책 중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는 것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중소ㆍ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의 수호천사가 되겠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1월 21일 취임식에서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그후 100일(2월 28일), 중소벤처기업부는 “홍 장관이 취임 후 38회 현장을 누볐고 주요 정책을 정비했다”고 홍보했다. 홍 장관이 공언했던 것처럼 수호천사가 되기 위해 현장을 훑었다는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중소벤처부가 내놓은 정책 중에는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게 수두룩하다.

홍 장관은 취임 후 ‘1호 과제’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꼽았다. 중소기업의 65%(2018년 1월) 이상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을 만큼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당정협의를 거쳐 2월 12일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이 발표됐다. 대ㆍ중소기업간 비밀유지협약서(NDA) 체결을 의무화하고, 기술탈취로 인한 징벌적손해배상액을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혐의 대기업에 입증책임도 부여했다.

중소기업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기술자료 요구는 현행 ‘하도급법’ ‘상생협력법’에서도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기술탈취 피해를 입고도, 대기업과의 거래관계가 끊길까봐 두려워 피해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숱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나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도, 대ㆍ중소기업 관계가 동등하지 못한 상황에선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협력이익배분제’는 2월 중 기획안을 발표하고 상반기 중 법제화할 예정이었지만 중소벤처부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도 발표하지 않았다. 중소벤처부 관계자는 “4월 상생종합대책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면서 계획이 뒤로 밀렸음을 시사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거둔 현금성이익을 중소기업ㆍ근로자와 공유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중앙회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정책 수요 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45%)를 받았을 만큼,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책이다.

 

홍 장관도 ‘2018년 업무계획 발표’에서 이 제도를 도입해 대중소기업간 성과 공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제화를 위해선 여야간 합의를 거쳐야 하는 데다 강제성이 없어 대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몇몇 소상공인 정책도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혁신형 소상공인 육성 정책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2년까지 혁신형 소상공인 1만5000개를 육성해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탁상정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승재 소상공인엽합회 회장은 “혁신형 소상공인 육성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대다수가 생계형인 소상공인에게 ‘혁신’은 먼 얘기일 수 있다”면서 “대기업의 골목잠식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을 위한 울타리와 공정한 생태계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원ㆍ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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