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함정에 빠진 서민 통계

▲ 월세 거주자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장만하는 데 40.1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사진=뉴시스]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평균 가계는 얼마를 벌어 얼마를 쓰고 있을까. 신한은행이 발표한 ‘2018 보통사람 금융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총소득은 463만원이었다. 이 중 228만원을 소비하고 191만원을 저축하거나 잉여자금으로 확보했다. 나머지 44만원은 부채상환에 썼다. 몇몇 사람은 ‘객관적인 결과’라고 생각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평균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의 분석이 ‘평균의 함정’에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원인은 소득 양극화에 있다. 지난해 고소득층(월 소득 700만원 이상)의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1003만원으로 전년(968만원) 대비 35만원 증가했다. 반면, 저소득층(월 소득 300만원 미만)의 총소득은 같은 기간 193만원에서 187만원으로 7만원 감소했다. 저소득층보다 5.4배나 더 버는 고소득층 가구 때문에 평균치가 올라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극화 문제는 우리나라의 서민층을 ‘곤경의 벼랑’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고용 형태별 양극화를 살펴보면, 정규직의 지난해 소득은 319만원으로 전년(304만원) 대비 15만원 늘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월 소득은 같은 기간 210만원에서 174만원으로 36만원 줄었다. 비정규직의 소득이 늘기는커녕 더 줄었다는 것이다.

부채도 양극화 형태를 띠고 있다. 저소득층의 부채는 2016년 2127만원에서 지난해 3183만원으로 무려 48.6%(1056만원) 증가다. 고소득층의 부채증가율 9.3%(8185만원→8947만원)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적은 소득 탓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로 연이율 20% 넘는 대부업의 경우, 저소득층의 이용 비율은 3.8%로 고소득층의 0.3%에 비해 12배 이상 높았다.

당연히 내집 마련의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전세거주자(보증금 1억2567만원)가 서울에서 아파트 한채를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7년에 달했다. ‘헉’ 소리가 나겠지만 40.1년이 걸리는 월세거주자(보증금 3518만원)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다. 우리는 일반적이고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균적인 사람을 보통사람이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에선 평균으로 사는 것도 힘겨워졌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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