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성(The Castle)

▲ 연극 ‘성’의 장면들.[사진=국립극단 제공]

#토지측량사 K는 마을에 도착했다. 자신을 토지측량사로 고용한 성에 가기 위해 눈보라와 어둠을 뚫고 왔다. 하지만 성에 다다르기 전 날이 어두워졌다. 겨우 하룻밤 묵을 여관을 찾은 K. 하지만 여관 주인과 마을 사람들은 K를 의심한다. 왜 의심받는지 알 수도 없고 그들의 의심을 뚫고 성으로 갈 수도 없다. 이방인 K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와 감시는 비밀협약처럼 마을사람들에게 만연하고, 성에서는 간혹 심부름꾼을 통해 엉뚱한 메시지만 보내온다….

실존주의 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성」을 원작으로 한 동명 연극이 한국에서 처음 공연된다. 국립극단이 2018년 세계고전 시리즈의 일환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이는 작품이다.

「성」은 카프카의 작품 중 「변신」 「심판」과 함께 미완의 3대 걸작으로 꼽힌다. 지금은 필독작가로 꼽히지만 생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카프카가 작품을 스스로 파기하거나 불태웠기 때문이다.

완성 되지 못한 카프카의 작품들은 훗날 알베르 카뮈, 장 폴 사르트르 등 부조리 문학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도 「성」 은 독일과 미국 등지에서 연극과 오페라로 무대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국립극단 제작으로 이번에 처음 공연된다.

앞서 2007년 카프카의 「심판」을 연출해 올해의 연극베스트3 등을 수상한 구태환이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또 박윤희 배우가 K로 분하고, 박동우 무대디자이너가 카프카의 철학을 현대미학으로 구현한다. 각색은 이미경 작가가 맡았다.

관객들은 K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성에서 부름을 받은 K는 끊임없이 성에 가려고 하지만 하루 종일 걸어도 입구에 닿질 않는다. 성이라는 목적의 이르지 못한 채 날마다 울리는 종소리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K의 모습은 어느날 갑자기 세상에 던져진 우리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카프카는 K에게 소외와 불안 속에서 투쟁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했다.

K가 겪는 정체모를 불안함은 현대인이 느끼는 막연한 공포나 고독과 다르지 않다. 세상이 어느 때보다 스마트해졌지만 그와는 별개로 인간 소외는 심화하고 있다. 인간 그 자체가 아닌 데이터로 소비되며 끊임없이 서로를 이용하고 이용 당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와 닮은 K의 모습은 삶 자체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해준다. 공연은 4월 15일까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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