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랜드 윌슨의 분쟁해결학

한반도는 4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남북 및 북미 연쇄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말폭탄을 주고 받던 미국과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역사상 처음으로 만난다는 것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대화의 장場이 열렸으니, 지켜만 보면 될까. 아니다. 비정부기구, 시민 등의 비정치적인 참여교류대화는 한반도에 찾아온 ‘봄’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 지금 한반도에 필요한 건 참여‧교류‧대화의 물결이다. [사진=뉴시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함께 남북간 외교에 새 지평이 열렸다. 북한의 강경했던 태도도 누그러졌다. 그 결과,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도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미국의 대통령이 직접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 연출될 것이다.

남북 및 북미 정상간 만남은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분쟁분석 및 해결학’을 연구하는 현장 전문가이자 학자다. 개인이든 국가든 좋은 관계를 설정하려면 진실성 있는 열린 참여ㆍ교류ㆍ대화라는 세가지 도구를 잘 활용해야 한다.

국가간 분쟁 상황에선 특히 그렇다. 참여ㆍ교류ㆍ대화는 갈등 당사자간 적대감과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고 편견을 깨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서로 간의 신뢰가 쌓이고 더욱 탄탄한 우호관계가 구축된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공외교 과정에서 참여ㆍ교류ㆍ대화를 활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단순한 참여ㆍ교류ㆍ대화만으론 국제관계의 진정한 변화를 견인하기 어렵다. 의미 있는 변화를 꾀하려면 그 과정이 가급적 비정치적이어야 한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도 동반돼야 한다.

1950~1980년 소련과 중국은 세계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존재였다. 두 국가의 핵무기, 장거리 미사일(LRBM), 강제노동수용소는 민주주의 ‘적敵’임에 틀림없었다. 자국민들을 잔인하게 대하는 행위도 국제사회에서 늘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세계 각국 정부, 학교, 비정부기구, 시민들이 나서 직간접적인 참여ㆍ교류ㆍ대화를 계속했고, 이 과정을 통해 편견과 불신으로 갈라졌던 문화적ㆍ이데올로기적 간극이 메워졌다. 정부, 사회, 시민, 비정부기구 등이 다양하면서도 장기적인 노력을 투입한 결과, 긍정적인 관계 변화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ㆍ북한ㆍ미국 3개국 간에 진행될 각종 회담의 잠재력과 미래비전은 그 자체로 과소평가돼선 안 된다. 3개국 정상이 각각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과대평가를 늘어놔서도 안 된다. 회담 당사자들은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역할도 있다. 한국ㆍ북한ㆍ미국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다양한 질문을 철저하게 검토하는 것이다.

먼저 북한의 입장 변화가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그들이 원하는 ‘정치적’ ‘금전적’ 대가는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둘째,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제재로 북한의 태도가 바뀐 것이라면, 제재를 유지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셋째,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스스로를 ‘승리자’로 여기면서 국제무대에서 호기를 부리는 건 아닌지도 살펴볼 만한 변인變因이다. 넷째, 북한이 한반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것은 아닌지, 마지막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안정적인 평화는 꾸준한 열정과 노력, 도전과 실패라는 필수적인 단계를 거쳐야 이룰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가 성공할 경우와 실패할 경우를 모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북對北 관계가 지금처럼 평화롭게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되레 위험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반도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남북한과 미국이 어렵게 열린 ‘대화의 장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안정적인 평화 전선이 구축될 수도, 긴장관계가 유지될 수도 있다. 비정치적인 참여ㆍ교류ㆍ대화의 끈을 놓아선 안 되는 이유다. 
롤랜드 윌슨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