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당기순이익 3조원 클럽 가입, 창립 이후 최초 연임 성공, 리딩뱅크 탈환 등 숱한 호재에도 윤종규(64) KB금융그룹 회장이 즐거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채용 비리 의혹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KB금융 조합원의 87.8%가 그의 사퇴를 요구할 만큼 직원의 신뢰도 잃었다. 한때 KB금융의 구원자로 불렸던 윤 회장이 되레 구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위기에 몰린 윤 회장을 취재했다.

▲ 2014년 위기에 빠졌던 KB금융을 정상화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렸다.[사진=뉴시스]

당기순이익 3조3119억원. 지난해 KB금융그룹은 2008년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3조원을 돌파했다. 축포를 올릴 만한 소식은 또 있었다. 리딩뱅크를 사이에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신한금융지주(당기순이익 2조9179억원)를 3940억원 차이로 따돌리고 9년 만에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KB금융의 성장세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다. 윤 회장은 KB금융이 각종 비리와 내홍으로 최악의 시절을 보내던 2014년 회장에 취임했다. KB금융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그는 빠르게 조직을 안정화했고 인수ㆍ합병(M&A)을 통한 외형성장도 이뤄냈다.

KB금융의 자회사는 2014년 22곳에서 지난해 36곳으로 12곳이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그룹의 총자산은 405조4000억원에서 672조원, 당기순이익은 1조4141억원에서 3조3119억원으로 증가했다. LIG손해보험(2014년ㆍ현 KB손보), 현대증권(2016년ㆍ현 KB증권)을 성공적으로 품에 안은 게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KB금융을 위기에서 건진 윤 회장은 명예를 쌓아갔다. 지난해엔 연임에 성공하면서 ‘KB금융 최초 내부 출신 회장’에 이어 ‘KB금융 출범 이후 최초의 연임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윤 회장은 이런 상황을 마냥 즐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숱한 논란이 윤 회장의 미래를 검게 물들이고 있어서다. 윤 회장은 ‘셀프연임’ ‘설문조사 조작’ ‘노조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채용비리’ 등 논란에 휩싸여 있다. ‘설문조사 조작’ 등 몇몇 혐의는 가까스로 풀었지만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진 혐의가 더 많다.

검찰 수사가 거세지고 있는 채용비리 의혹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2월에 이어 3월 13~14일 이틀간에 걸쳐 윤 회장 등 채용 비리 관련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KB금융이 2015년 신입행원 채용 당시 20명을 ‘VIP 리스트’에 넣어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서류 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 등수를 받았던 윤 회장의 종손녀가 2차 면접에서 최고등급을 받아 최종 합격한 것으로 밝혀져 의혹을 키웠다.

아울러 2015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남성지원자의 서류 전형 점수를 올려 준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샀다. 검찰은 최근 KB금융에 지원한 남성 100여명의 서류 전형 점수를 여성보다 비정상적으로 높게 준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인사팀장을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문제는 이런 논란들이 실무자 차원에서 이뤄지긴 힘들다는 점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윤 회장의 책임론이 부각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대표는 “인사담당자가 개인적으로 서류 전형 점수를 조작하는 건 힘든 일”이라며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한 회사 차원의 기준이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회장은 2014년 10월 29일 KB금융의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내정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로 산 수첩을 언급했다. 윤 회장은 “제발 쓸데없는 청탁은 일체 하지 말라”면서 “수첩을 하나 샀는데 청탁한 사람은 반드시 수첩에 기록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연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말을 입에 담았다.

“채용비리 문제는 많은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다. 취업 부분은 금수저, 은수저 등의 오해를 초래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윤 회장의 이 다짐이 지켜졌는지는 의문이다. ‘KB의 구원자’ 윤 회장이 이젠 누군가의 구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14년 구입한 그의 수첩엔 무엇이 기록돼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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