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정말 희생자일까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지 않겠다. GM자본을 위한 양보가 아니다. 30만 노동자들의 고용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GM지부가 지난 3월 15일 발표한 기자회견문 내용의 일부다. 정말 한국GM지부는 30만 노동자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걸까. 아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GM 사태의 진짜 희생자를 살펴봤다.

▲ 한국GM 사태의 진짜 희생양은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사진=뉴시스]

한국GM지부(노조)는 지난 15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양보’를 내세웠지만, 협상의 실마리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중요한 건 지금처럼 협상이 길어지면 한국GM지부의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한국GM지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이런 여론은 보수언론에 국한되지 않고, 진보진영은 물론 한국GM지부 내부에서도 나온다. “우리가 왜 사측의 실책을 모두 떠안아야 하느냐”는 노조의 항변이 틀린 건 아닌데, 왜 여론은 노조 편이 아닐까.

이유는 하나다. 한국GM지부는 스스로를 ‘약자’로 규정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그들보다 더 위태로운 약자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약자의 편에 서기 마련이다. 그럼 약자는 누굴까. 한국GM 노사 간 협상 테이블에는 앉을 수 없고, 오로지 협상 결과에 따른 충격파만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이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GM 부품협력업체들이다. 이들은 한국GM의 철수설이 나온 이후 줄어든 생산물량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GM의 신용도가 떨어진 탓에 어음을 현금화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까지 맞고 있다. 그들이 정부와 한국GM 노사 모두를 향해 “조속히 협상을 마무리해 회사가 도산하지 않게 도와 달라”고 절규하는 이유다.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약자다. 한국GM지부 근무환경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그들은 일방적 해고 통보에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린다.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의 신세도 초라하다. 이들은 한국GM 노동자와 거의 같은 일을 하지만, 정리해고에선 1순위다.

문제는 한국GM지부가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면서 협력업체나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국GM지부는 지난해 12월 아웃소싱 업무를 정규직에게 배분하고, 대신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결정을 사측과 합의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 기자회견문에서도 한국GM지부는 21개의 노조 요구사항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장을 반영하긴 했지만, 20번째에 기재했다. 그것도 하나의 문항에 비정규직지회가 주장하는 5개의 요구사항을 몰아넣었다. 5개 중 하나라도 합의되지 않으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국GM지부는 최근 “30만 노동자(이는 협력업체와 비정규직을 모두 합한 수치다)를 위해 임금동결 등을 양보했다”고 말했다. 대체 무얼 양보했는지 노조 스스로 돌이켜볼 때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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