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배정받으면 살아날까

“2개 차종을 배치할 수 있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의 말은 파급력이 컸다. “신차만 배정되면 한국GM이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신차를 내놓고도 문을 닫은 군산공장을 떠올리면 물음표가 붙는다. 1년 만에 단종된 크루즈도 GM의 호언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 잘 보여준다. 더스쿠프(The SCOOP)가 GM과 신차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 신차 배정이 한국GM의 부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사진=뉴시스]

철수 기로에 선 한국GM의 유력한 회생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 중 하나는 ‘신차新車 배정’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신차 생산을 맡으면 국내 공장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추가 투자를 끌어낼 수 있다.”

GM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눈치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은 2월 20일 “한국에 신차 2종을 투자(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실제 배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GM이 신차 배정을 우리나라 정부와 협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무기로 삼고 있어서다. GM은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긴급 자금지원’ ‘구조조정’ 등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어떤 모델을 얼마나 배정할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GM이 한국에 신차를 배정하면 한국GM은 살아날까. 아니다. 앞날은 여전히 장담하기 어렵다. 신차 배치는 자동차 시장의 중요한 전략이지만 신차만 쏟아낸다고 효과를 보는 것도 아니다. 국가와 시기, 시장마다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가격 경쟁력, 차급, 디자인, 옵션, 판매망 등 다양한 고민 요소도 겹친다. 신차를 배정해도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과거 한국GM의 신차가 그랬다. 지난해 2월 9년 만에 국내시장에 야심차게 나온 크루즈는 1년 만에 단종됐다. GM이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들이 외면한 탓이 컸다.


사실 이 문제는 한국GM의 비틀어진 구조에서 비롯돼 왔다. 한국GM은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할 수 없다. 글로벌 GM의 전략적 판단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GM의 역할이 GM 본사의 ‘글로벌 소형차 생산 허브’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다 보니 한국GM은 국내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했다. 2000년대 중반 10%를 웃돌던 내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7.4%까지 추락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는 신차 배정이 곧 경쟁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배정된 신차가 경쟁력을 갖춰도 생존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개발을 마치고 신차를 생산라인에 배치하려면 적어도 2~3년이 필요하다. 한국GM이 그 기간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경차인 스파크 정도만 기아차의 모닝과 경쟁을 펼칠 뿐 다른 라인업에선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GM이 계열사 오펠ㆍ복스홀 브랜드를 프랑스 자동차그룹 PSA에 팔면서 한국GM의 생산물량은 감소 추세다. 신차 배정만으론 한국GM이 부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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