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변경 효과 있었나

주식투자하기 어려운 시기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 페달을 강하게 밟고 있다. 국내에선 한국GM의 철수 가능성 등 숱한 이슈가 들끓고 있다. 이럴 때 투자자는 작은 기회라도 붙잡고 싶어 한다. 3월 ‘네마녀의 날’ 이뤄진 코스피 지수 정기변경 이벤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쏟아진 이유다. 중소형지수에 편입된 종목이 뜰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코스피지수 변경 효과를 분석해봤다.

▲ 코스피지수 변경 효과는 시장의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사진=아이클릭아트]

‘네마녀의 날’. 주식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흔히 들어봤을 투자용어다. 네마녀의 날은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개별주식 선물과 옵션 등 4가지 파생상품 만기일이 겹치는 날이다. 매년 3월ㆍ6월ㆍ9월ㆍ12월 두번째 목요일에 발생한다. 네마녀의 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매물이 쏟아져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등 시장의 출렁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 주식시장이 혼조세를 보이면 마녀가 심술을 부렸다고 말하는 이유다. 

투자전문가들은 이중에서도 3월에 발생하는 네마녀의 날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얘기한다. 코스피 상장 종목을 시가총액에 따라 나누는 ‘지수 구성 정기변경’이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하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코스피 안에서 대형주ㆍ중형주ㆍ소형주로 구분하는 것이다. 시가총액 1~100위는 대형주지수, 101~300위는 중형주지수, 301위 이하는 소형주지수로 분류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시가총액 규모별 지수 정기변경’으로 지수가 변경된 종목은 총 83개다. 새롭게 대형주지수에 편입된 종목은 중형주에서 대형주로 편입 종목 5개, 신규 편입 종목 7개 등 총 12개다. 이밖에 중형주지수 분류 종목 35개, 소형주지수 분류 종목 36개 등이 시총 기준에 따라 지수를 변경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대형주지수에 편입돼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형주지수 편입 종목보다 중형주지수로 편입된 종목의 투자 성과가 더 좋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낫다는 거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대형주지수 편입보다 중형주지수 편입효과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코스피 사이즈 정기변경은 단발성 이슈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변경 후 60거래일까지 긍정적인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 지수 정기변경 이후 대형주지수에 편입된 종목의 성적표는 어떨까. [※ 참고: 지난 3월 대형주지수에 편입된 종목은 녹십자, 넷마블게임즈, 메리츠종금증권, 메리츠화재, 신세계, 셀트리온, 오리온, 카카오, 호텔신라, 현대로보틱스, BGF리테일, ING생명 등 12개 종목이다. 이 중 녹십자, 메리츠종금증권, 메리츠화재, 신세계, 호텔신라는 중형주에서 대형주로 편입됐다. 셀트리온ㆍ카카오 등 나머지 종목은 신규로 편입됐다.]

코스피 변경 투자기회 될까

대형주지수 편입의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지수 편입 전과 후(3월 9일 지수 변경 반영 기준) 10거래일의 주가를 살펴봤다. 흥미롭게도 대형주지수 편입종목은 공통적인 특징을 나타냈다. 2월 23일 이후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다 지수 변경 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실제로 2월 23일 41만8500원이었던 현대로보틱스(신규편입)의 주가는 3월 9일 44만원을 돌파했다. 12일 44만65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1일 41만6500원으로 떨어졌다. 넷마블게임즈, 셀트리온, 호텔신라, 신세계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 주식 투자에 나설 때는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을 파악하는 게 기본이다.[사진=뉴시스]

그렇다고 이런 추이를 대형주지수 편입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지수 변경 을 전후로 주가 변동폭이 컸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흐름은 코스피지수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대형주지수에 편입된 종목들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월 23일(2451.52포인트)부터 등락을 거듭하다 3월 7일(2401.82포인트) 기록한 후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후 박스권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중형주지수 편입 효과는 예상과 달리 뚜렷하지 않았다. 지수 변경의 효과가 양호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대형주지수→중형주지수 편입 종목 12개 중 상승세를 보인 건 8종목으로 다수를 차지했지만 5%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한 종목은 2개에 불과했다. 중소형지수 편입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주가의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역으로 돌려보면, 시황과 모멘텀이 지수 변경 이슈보다 훨씬 더 강한 변수인 셈이다. 물론 지수 편입 효과가 변경 후 60거래일까지 작용한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들쑥날쑥한 지수 변경 효과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규모별 지수 변경 이슈는 코스피200처럼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가 아니다”며 “변경된 규모별 지수를 따르는 투자금을 따로 불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실제 지수 편입 효과를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형주지수에서 중형주지수로 이동할 때 일부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특이한 현상으로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에 근거한 상승세라고 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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