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연구원

경제와 미술,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냉정하고 건조한 경제를 감성적인 미술과 같은 선상에 놓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회화작가이자 경제컨설턴트인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연구원의 생각은 다르다. “미술이든 경제든 컨설팅이든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라는 점에서 똑같아요.” 독특한 인생 항로를 걷고 있는 그를 만났다.

▲ 천눈이 연구원 작품의 특징은 모호함이다. 그는 모호함이야말로 경제와 사람의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오전 9시. 회의가 끝나면 고객과의 미팅을 위해 서둘러 회사를 나선다. 오늘 고객은 30대 남성. 결혼자금과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낀다고 아끼는데 돈이 영 모이지 않는다는 게 그의 고민이다. 소비습관 개선, 부채상환 시기, 청약, 펀드 등 조언을 건네며 재무플랜의 틀을 잡고 나면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난다. 오후엔 또다른 약속이 잡혀 있다. 일전에 재무상담을 해줬던 고객인데, 경제솔루션을 더 제공해 달라며 만남을 요청했다. 뿌듯함이 피곤함을 밀어낸다.

일요일 오전,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싶을 법도 한데 이른 아침 캔버스 앞에 앉았다. 지난 주말 영감이 떠올라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진도를 뺄 생각이다. 정신없이 작품 활동에 매진하다보면 주말이 너무도 짧게 느껴진다.

한국경제교육원㈜의 수석연구원이자 회화작가인 천눈이 연구원은 두 갈래의 길을 걷고 있다. 재무컨설팅과 미술. 교집합이 전혀 없어서인지 이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천 연구원은 이렇게 말한다. “예술은 곧 삶이에요. 삶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게 바로 경제구요. 교집합이 있어요.”

▲ ➊yellow light, 80×80㎝, Oil on canvas, 2012.
▲ ➋The flower path, 73×91㎝, Oil on canvas, 2017.
천 연구원이 처음부터 두 길을 함께 걸은 건 아니다. 그의 전공은 회화다. 개인전 3회, 단체전 13회를 개최했을 정도로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그랬던 그가 돌연 경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미술과 경제의 ‘모호한 경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미술계에선 경제적인 배경이 작품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만큼 민감해요. 하지만 겉으론 순수한 존재인 양 쉬쉬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느꼈어요. 작가란 생각하는 걸 주제로 삼고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는데, 어느 순간 생각의 가장 큰 비중을 경제적인 문제가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고민이 쌓일 무렵, 그녀는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을 만났다. 서 원장은 “경제 전문가로서 교육과정을 밟아보라”는 제의를 건네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경제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마음이 흔들렸다. 작품 활동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고, ‘연구원의 길’을 걷기로 했다.

하지만 새로운 길에 발을 들여놓은 후에도 그의 작품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불확실성과 모호함’으로 대변되는 작품의 특징만 더 확고해졌다. “모호함은 사람의 감정과 비슷해요. 사람의 감정은 항상 바뀌고,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재무상담도 마찬가지예요. 결국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입니다. 경제가 주가ㆍ자본 등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의 감정에 의해 좌지우지될 때가 많아요. 결국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모호함’밖에 없죠.”

▲ ➌Mung Mung, 55×75㎝, Oil on canvas, 2011.
▲ ➍sweet time, 117×91㎝, Oil on canvas, 2014.
천 연구원의 이런 기법과 통찰은 작품 ‘yellow light(그림➊)’에 잘 드러나 있다. 작품엔 어두운 배경과 황금빛 공간, 그 안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는 각종 금융상품과 4차산업혁명 등이 황금빛 미래를 보장한다는 경제ㆍ사회 시스템의 밝은 면을 상징한다. 동시에 자본이 없다면 이면에 숨어 있는 ‘어두운 공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

천 연구원은 회화작가이자 연구원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자신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이런 이력 덕에 고객들에게 좀 더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해와 공감을 통해 원하는 바를 쉽게 이끌어 낼 수도 있었고요. 최근엔 미술작품을 통해 경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내 그림이 경제적 사고를 자극하고 깨워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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