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아닌 금리인상 이유를 봐라
금리인상 아닌 금리인상 이유를 봐라
  •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 호수 282
  • 승인 2018.04.02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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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시 유의해야 할 투자학

미국이 금리를 연이어 올렸다. 올해도 몇차례 올릴 거란 전망이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1월 금리를 1.5%로 올렸다. 금리를 인상한다는 건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시그널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경계한다. 그만큼 이자를 더 내야하고, 무엇보다 두려운 건 한미 금리 역전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상승 속도가 우리보다 빠르면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금리인상시 유의해야 할 투자학을 살펴봤다.

▲ 2015년 말 제로금리를 탈피한 미국은 연이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여기 0이 무려 14개나 되는 ‘100조 달러짜리 지폐’가 있다. 이 지폐는 과연 비싼 돈일까 안 비싼 돈일까. 우리나라 고액권이 5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100조 달러의 가치는 아주 크다. 반면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에선 그 돈으로 달걀 30개를 살 수 있다. 달걀 한 개 가격이 무려 330억 달러인 까닭이다. 돈의 가치는 이처럼 상대적이다. 지폐에 인쇄된 것이 100조 달러라고 해도 물건 가격이 그만큼 비싸면 화폐의 실질 가치는 그만큼 떨어진다.

짐바브웨가 극단적인 수치의 화폐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던 건 천문학적인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2008년 7월, 짐바브웨의 물가상승률은 무려 200만%를 기록했다. 우유나 빵을 사러 가는 이들은 가방 한가득 돈을 싸들고 가야 했다. 100조 달러 지폐가 탄생한 이유다.

이번엔 미국의 사례를 보자. 2008년 당시 미국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로금리를 선언했다. 이후 10년 동안 미국 부동산은 물론 신흥국 주식과 채권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그러자 미국인들은 가치가 낮아진 달러를 빌려 부동산을 사거나 해외 자산에 투자했다.

저금리가 유지되면 돈을 빌리기 쉬워진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보단 어딘가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국가 경제도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각국 정부들이 국가 경제가 어려울 때 금리를 낮추고, 돈의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다.

미국은 제로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한 덕에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금융위기를 극복한 나라가 됐다. 실업률은 완전고용에 다가섰고, 경제성장률도 크게 호전됐다. 물가도 안정되면서 소위 ‘골디락스(Goldilockㆍ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상황)’ 국면을 이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금리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른바 ‘출구전략’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거다.

무조건 금리를 낮게 유지해준다고 좋은 건 아니다.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자산 버블이 생길 수 있다. 과도한 유동성으로 주식시장은 물론 채권ㆍ원자재 등 경제 전반에 걸쳐 모든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물가상승은 소비 위축, 기업투자 감소, 실업 증가 등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그럴 땐 경기 과열에 따른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다시 올린다.


2015년 말 미국은 제로금리를 탈피해 기준금리를 올렸다.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5번가량 올렸다. 경제학자들은 2018년에도 3번 정도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금리가 오른다는 건 미국 경제가 10년 만에 체력을 회복했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왜일까. 거기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 두려운 이유

첫째, 이자 지불 비용이다. 금리가 인상된다는 말은 달러를 빌리기 위해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싼값에 달러를 빌려서 해외자산을 샀던 사람,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예전보다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만약 금리가 3~4%까지 오르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렸던 사람들은 최소 3~4% 수익을 내야 본전인 셈이다.

둘째, 우리 입장에선 한미 금리 역전 상황도 고민이다. 돈은 물과 달리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금리 상승 속도가 한국보다 빨라서 역전이라도 되거나 빠른 시일 내에 역전될 거라는 우려만 있어도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따라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청년 실업과 투자 감소에 따른 일자리 부족, 높은 가계대출이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가계대출금만 약 1500조원이다. 여기서 금리를 1%만 올려도 가계가 내야 하는 이자는 15조원이 늘어난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금리가 오르는 것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부담스럽긴 매한가지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건 경제상황이 그럴 만하기 때문이다. 물가가 너무 빨리 오를 것 같거나, 경기 하락기에 금리인하 정책을 쓰기 위해 미리 금리를 올려놓는 거다. 경제 체력이 금리인상을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금리인상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경기호황 시기에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금리인상 요인만으로 부동산이나 주가가 하락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실제로 금리상승기에 부동산과 주가는 ‘양의 상관성(Positive correlation)’을 보인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보면 국내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종결되고, 금리가 하락하는 구간에서 발생했다. 결국 금리가 하락한다는 건 경기침체의 시그널이며, 주가는 시장 통화량보다는 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부동산도 비슷하다. 최근 영국 부동산 정보 업체인 나이트프랭크가 발표한 ‘프라임 글로벌 도시 지수(Prime Global Cities Index)’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고급주택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도시는 중국 광저우(27.4%ㆍ전년 대비)다. 2위와 3위는 각각 남아공 케이프타운(19.9%)과 서울(13.2%)이 차지했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3분기 7위였으나, 4분기에는 4계단 뛰어올랐다. 공교롭게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시기다.

물가상승+금리인상의 낯선 조합


그럼에도 최근 시장이 금리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금리인상 그 자체보다 ‘속도’에 있다. 저물가가 유지되면서 오랜 기간 ‘경기회복+저금리’ 조합에 익숙해 있는 투자자들에게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인상 조합은 전혀 다른 환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생각보다 빨리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심리에 존재하는 거다.

앞으로 물가 상승만 가파르지 않다면 투자자들은 현재의 금리 수준을 수용할 것이다. 다시 말해 주식시장의 금리인상 공포는 투자자들이 현 상황을 얼마나 빨리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상승’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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