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에 가린 이슈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GM 사태다. 이미 2500명 노동자의 실직사태가 초래됐고, 추가 인력 감축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한국GM 사태에만 빠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실직 위기에 놓인 게 한국GM만이 아니라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GM 사태에 가린 이슈를 취재했다.

▲ 지난 3월 22일 성동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청산절차를 밟으면 1200여명의 노동자가 거리에 나앉는다.[사진=뉴시스]

한국GM 사태가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월 13일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한 지 50여일이 지났지만 한국GM, 정부, 노조 등 이해당사자들의 요구안만 오갔을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하나도 없다. 한국GM의 잠재적 불안요소였던 철수설說이 재점화됐고, 군산공장 폐쇄ㆍ한국GM 전면 철수가 불러올 경제적 손실은 숫자로 구체화됐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태로 수많은 노동자가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한국GM 노동자는 벌써 약 2500명(군산공장 노동자 1000여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한국GM의 정상화 계획을 위해선 1500명가량의 인력을 더 감축해야 한다.

당장 위태로운 건 군산공장에 남아있는 1000여명의 노동자이지만,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만3500명가량의 한국GM 전체 노동자도 일자리를 담보할 수 없다. 한국GM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그만큼 여론의 관심도 쏠렸다.

그런데 한국GM 사태에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또다른 곳에선 2600여명 노동자의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국내 조선업의 허리를 지탱해왔던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노동자들이다. 한국GM 사태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두 조선사는 현재 존폐위기에 놓여있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3월 22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정부와 채권단(수출입은행)이 “독자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추가 자금 지원을 중단한 결과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11월 재무실사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결과를 받아들었지만 남아있는 산업컨설팅(올 1~3월 진행)에 기대를 걸었다.

 

금융논리보다는 산업논리가 회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뒤집히지 않았다. 산업컨설팅을 진행한 삼정회계법인은 “경쟁력이 취약해 이익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고, 성동조선해양의 회생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청산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수주잔고가 5척에 불과한 데다, 이마저도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아 계약 파기에 따른 손실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앞선 재무실사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를 3배 이상 웃돌았다는 점도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현재 성동조선해양 직원은 1200여명. 성동조선해양이 청산절차를 밟게 되면 해당 노동자들 역시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STX조선, 노사합의 못하면 법정관리

STX조선해양은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독자회생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이 “오는 4월 9일까지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 돌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이 내놓은 자구안은 ▲소형가스선 중심 수주 확대 ▲불용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 학자금ㆍ장기근속포상금 중단, 상여금 300% 삭감 등이다. 이중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인력 구조조정이다.

STX조선해양이 자구안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생산직 노동자 695명 가운데 500여명을 감축해야 하는데 노조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희망퇴직 신청자도 16명(3월 27일 기준)에 불과해 목표치엔 한참 모자란다. 업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낮지만 대규모 정리해고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쇠퇴는 한국GM 사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간을 주목을 덜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GM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가 더 클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동자 수만 비교해도 두 조선사를 합친 것(2600명)보다 한국GM(1만3500명)의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그 안에 내포된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국GM은 한 기업의 문제지만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사태는 조선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는 거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사태엔 중견조선사들의 구조적인 문제도 내포돼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해운사들이 대형선박 위주로 발주하고 있는 데다, 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마진이 타이트해졌다는 점이 위기요인이다. 같은 가격에 높은 품질의 배를 건조할 수 없다면 역마진 수주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또 부실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기술이 부족한 중견조선사들은 도태될 공산이 크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사태가 두 기업에 그치지 않고 연쇄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는 실직 위기에 놓인 노동자가 2600명이지만 향후 더 많은 실직자가 속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기업에 산소호흡기를 붙여놓는 게 아닌 다가올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비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견조선 연쇄반응 일으킬 수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내린 지시가 일자리위원회와 일자리상황판 설치였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만큼 일자리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재 문재인 정부는 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굵직한 기업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천 수만명의 노동자가 길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이번 사태에서 울리는 경고음을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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