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 포석 까는 손보업계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될까. 보험료 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손해율이 급등하고 있다. 올해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도 보험료 인상을 부추길 거란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손보사가 섣불리 인상카드를 꺼내긴 쉽지 않다. 보험료를 인하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다. 우회할 방법이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자동차 보험료 인상설을 취재했다.

▲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등하고 있다. 손보사는 주요 원인을 길어진 한파와 폭설로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일제히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적게는 0.7%에서 많게는 2.9%까지 낮췄다. 이례적이었다. 현 정부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달갑지 않게 여긴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2013년 이후 80~100%를 넘나들던(삼성화재 제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해 70%대로 떨어진 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참고 : 손해율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급한 비율을 말한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7~78%를 넘으면 적자가 나는 것으로 본다.]

그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자동차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개선되는 듯 보였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최근 급격히 악화된 게 불씨를 지폈다. 지난 2월 국내 상위 5개 손보사(삼성화재ㆍ현대해상ㆍDB손보ㆍKB손보ㆍ메리츠화재)의 평균 손해율은 86.2%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손해율(75.6%)보다 무려 10.6%포인트 증가했다.

때이른 자동차보험료 인상 우려가 흘러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보사 업체 관계자는 “한파가 여느 때보다 길었던 데다 폭설 피해가 컸다는 점이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지난해 보험료를 인하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힘을 싣는 또다른 주장도 있다. 올해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이 보험금 원가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금 중 휴업손해와 상실수익은 80%가 일용임금을 기준으로 한다”면서 “일용임금은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면 보험금 지급액도 커질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가 오르면 정비ㆍ의료수가도 올라 보험금 규모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손보사들이 당장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의 강한 반발에 부닥칠 공산이 크다. 2015년 자동차보험료가 손보사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겨졌지만 자동차보험료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감안하면 여전히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낮추긴 쉬워도 올리기는 어렵다”면서 “게다가 보험료를 인하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의 보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닫았다.


그렇다면 자동차보험료 인상 우려는 완전히 불식된 걸까. 그렇지 않을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직접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올리긴 어렵지만 우회적으로 보험금을 줄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그중 대표적인 게 특약 할인율을 낮추는 방법이다. 일례로 KB손보는 손해율이 높아지자, 지난 3월 26일 3년 연속무사고 할인 특약 할인율을 13.8%에서 10.6%로 낮췄다.

그밖에도 특약 할인율 인하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손보사는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약 할인율은 상대적으로 조정이 쉽고 반발이 적다”면서 “특약으로 손해를 메우고 손해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시간을 두고 보험료를 인상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