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과 허리띠

 

금리인상기,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한다. 대출 갈아타라, 금리인하 요구하라. 이런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떨어뜨리라는 거다. 모두 쉽지 않다. 현재로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상책이다.

# “할 수 있는 게 없다.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를 하면 중도상환수수료만 140만원에 이른다. 높은 거래실적과 신용등급을 봤을 때 지금보다 더 저렴한 대출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RS) 적용으로 원하는 금액의 대출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은행을 방문한 직장인 박한민(가명ㆍ39)씨에게 돌아온 은행직원의 대답이다. 박씨는 시중금리가 오른다는 소식에 은행으로 달려갔다. TV에서 금리 인상에 대비해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라는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6년 말 지금 거주하고 있는 빌라를 매입하기 위해 1억6000만원을 빌렸다. 연이율 3.5%, 2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이다. 매월 원리금으로 93만원이 빠져나간다.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박씨의 월급은 340만원, 소득의 27%가량을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부담도 커질 게 뻔하다. 하지만 박씨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 지난해 연봉협상으로 소득(연 300만원)이 증가한 김정우(가명ㆍ34)씨는 최근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청했다. 마이너스통장의 금리가 계속해서 올랐기 때문이다. 김씨가 지난해 10월 개설한 마이너스통장(2000만원 한도)의 금리는 올해 들어 3.53%에서 3.76%로 0.23%포인트나 올랐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더 가파른 게 상승할 것이다.

김씨는 연봉이 오르면 금리인하요구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금리변경 불가 통보를 받았다. 300만원 오른 소득으로는 금리인하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은행 직원은 “은행 고객등급과 신용등급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좋아지거나 소득이 큰 폭으로 늘어야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며 “신용카드를 더 쓰거나 펀드ㆍ적금 등에 가입해 거래실적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금리역전의 영향으로 시중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쩔 수 없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에 시중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금리는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1.61%(잔액기준), 1.52%(신규취급액 기준)에서 올해 3월 1.75%, 1.77%로 각각 0.14%, 0.23% 상승했다.


문제는 1450조9000억원(이하 2017년 기준)에 이르는 가계부채다.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을 받은 이들은 원리금 부담에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취약차주(149만9000명)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취약차주의 대출 중 66.4%가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대부업,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서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이 취약차주의 붕괴를 부추길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금리 상승에 대비해 원리금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출갈아타기, 금리인하요구권, 고정금리 전환, 정부 정책자금 활용 등을 활용하라는 구체적인 조언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방법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느냐다. 가능성이 희박하다. ‘여윳돈을 부채상환에 사용하라’고 하지만 대출이자도 갚기 어려운 가계에 여유자금이 있을 리 없다. 갈아타기도 어렵다.

결국 추가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문턱이 높아져 쉽지 않다. 빚을 끼고 사는 서민은 금리인상의 충격을 그대로 받을 공산이 큰 셈이다. 어찌해야 할까.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소비를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현장에 맞는 정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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