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조언이 먹히지 않는 이유

시중금리가 꿈틀거리자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부담이 증가할 게 뻔해서다. 일부 전문가는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물론 신규대출 가능성도 따져봐야 해서다. 차라리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게 답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조삼모사’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갈아타기, 만기연장의 어려움을 짚어봤다.

▲ 시중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금리인상기에 빚 있는 사람의 고민은 하나다. 늘어날 대출원리금 부담을 어떻게 줄일 수 있냐다.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집을 장만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주택담보대출의 특성상 대출금 규모가 큰 데다 상환기간도 10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대출 갈아타기를 시도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게 많다. 첫째는 중도상환수수료다. 대출 상환기간이 3년 미만이라면 대출 원금의 1.4% 수준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대출을 갈아타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셈이다. 대출 가능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대출갈아타기가 신규대출을 받아 진행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강화된 대출심사기준이 적용돼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한 고객이 많을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기조가 계속돼 대출을 갈아타도 금리 인하 혜택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대출로 받을 수 있는 금리 수준도 따져봐야 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3월 기준)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금리는 3.09~3.75%다.

2015년 3월의 3.10~3.47%보다 높은 수준이다.이런 면에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다. 같은 금리라도 대출기간이 길어지면 매월 납입해야 하는 원리금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1억원을 연이율 3%로 빌린다고 가정할 때 15년 만기는 대출은 월 69만581원(원리금 균등상환 기준)의 원리금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출기간을 30년으로 늘리면 매월 갚아야 할 금액은 15년 만기의 3분의 2 수준인 42만1604원으로 떨어진다. 만기 연장으로 월 27만원가량의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총 이자액이 증가한다는 건 단점이다. 1억원을 3% 이율로 빌릴 때 15년 만기 시 총 이자액은 2430만3520원이지만 30년으로 늘리면 이자액은 5177만4690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다.

당장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길게 봤을 때는 더 큰돈이 나간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 연장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결과적으론 총 이자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자칫 조삼모사 전략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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