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은 금리인하요구권

금리인하요구권. 연봉이 오르거나 신용등급이 상승한 대출자에 한해 금리를 낮춰주는 제도다. 하지만 도입된 지 16년이나 됐음에도 이 제도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부나 은행이나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 않아서다. 깜깜이 정책에 국민들만 눈먼 이자를 내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금리인하요구권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 금리인하요구권은 은행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수용여부가 결정된다.[사진=뉴시스]

자신의 연봉이 올랐거나 승진을 했다면 한번쯤 살펴볼 만한 것이 있다. 바로 ‘금리인하요구권’이다. 연소득이 증가하거나 신용상태가 개선되는 등 대출상환 능력이 커진 고객이 금융기관에 대출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제 2금융권에서도 요구가 가능하다. 2002년부터 여신거래기본약관에 도입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요구권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제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6개 주요은행의 총 대출잔액 669조9707억원 중 48%(423조2884억원)가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 중 요구권이 수용돼 금리가 인하된 대출잔액은 5조3150억원이었다. 비중으로 따지면 1.2%에 불과하다.

요구권 수용이 저조한 이유는 간단하다. 은행들이 요구권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 않아서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요구권 이용자수 자체가 적다는 얘기다. 금융기관에 있어 금리인하요구권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회사 약관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다. 따라서 요구권을 적극 알릴 필요가 없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은 아무런 대가 없이 금리를 낮춘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에 득 될 게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홍보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금융기관들은 의무적으로 홈페이지에 금리인하요구권 안내문을 게재하고, 연 4회 가량 문자와 이메일로 관련 내용을 고객들에게 홍보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요구권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미지수다.

금융기관마다 심사 기준도 제각각이다. 가령, 연봉이 1000만원 인상된 대출자의 경우 A은행에서 요구권이 수용되더라도 B은행에선 반려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1단계만 올라도 요구권을 수용하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2단계까지 상승해야 조건을 충족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이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모든 금융기관이 타당한 기준을 거쳐 심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주먹구구식으로 심사하는 업체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제 2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금리인하요구권의 전산화 작업을 시작해 심사 건수가 아직 5건밖에 등록되지 않았다”며 “일부 지점이 은행창구에서 임의로 요구권의 수용여부를 결정해온 탓에 전산화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관 전산망에 등록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는 2건이었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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