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면제 대가 ‘쿼터’ 독이 될 가능성

“철강 빼곤 모두 손해를 봤다.” 지난 3월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를 두고 나오는 평가다. 철강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내준 손실이 너무 크다는 거다. 문제는 철강도 반드시 이득을 봤을 거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관세 면제의 대가인 쿼터(수입할당)가 경우에 따라 독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철강 쿼터제에 숨은 찬반양론을 취재했다.

▲ 관세를 쿼터로 전환한 게 반드시 나은 선택일 거란 보장이 없다.[사진=뉴시스]

“한국이 가장 먼저 (철강 관세에 대한) 면제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철강 기업의 대미對美 수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 지난 3월 26일 미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철강 관세 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성과를 자축했다.

협상 결과에 따르면 무역확장법 232조로 우리나라 철강에 부과될 예정이었던 25%의 관세가 ‘쿼터(수입할당)’로 전환된다. 우리나라가 받은 쿼터는 지난 3년간 평균 대미 철강 수출량의 70%다. 2015~2017년 우리나라가 미국에 평균 383만t의 철강을 수출했으니 쿼터를 적용하면 268만t을 수출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 우리가 미국에 내어준 것을 차치하고서 철강만 따졌을 땐 주목할 만한 성과다. 268만t의 철강을 추가 관세(무역확장법 232조 이전에 부과된 관세는 논외)없이 수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자찬과 달리 규제 조치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관세보다 쿼터가 더 나은 선택지’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쿼터를 전체 대미 철강 수출량으로 따지면 70%이지만, 제품별로 따져보면 할당 비율이 달라진다. 가령, 최근 수출량이 저조했던 판재류는 쿼터가 지난해 대비 111%로 오르지만, 미국시장 비중이 높은 강관류는 지난해 수출량 대비 53%로 뚝 떨어진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쿼터를 받게 되면 처음 공개됐던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안 중 53% 관세를 받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지만 25% 관세보다 나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 25% 관세가 정해졌을 땐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모든 수출국이 관세를 받기 때문에 미국 업체들이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팔지만 않는다면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런데 쿼터가 적용되면 타격을 입을 거란 게 분명하다.”

문제는 또 있다. 철강 전체에 적용된 쿼터를 업체별로 어떻게 나눠야 할 것인지도 난제다. 기존 수출량, 미국 내 생산시설 보유여부, 주요 고객처 등 따져야 할 변수가 산적해 있어 모든 업체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가 쿼터를 선택한 게 나은 선택이었을지 아니었을지는 오는 5월 1일에 결정날 전망이다. 5월 1일이면 미국과 7개 국가(한국ㆍ아르헨티나ㆍ호주ㆍ브라질ㆍ캐나다ㆍ멕시코ㆍ유럽연합) 간의 최종 협상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종 결과에 따라 시장가격이 25% 관세를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오르면 쿼터가 적용된 우리나라에는 불리할 것”이라면서 “반대로 25% 관세를 만회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 상승세가 제한되거나, 7개 국가와의 논의가 잘 이뤄져 다른 국가에 대한 관세가 가중되면 쿼터를 적용한 게 옳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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