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특약] 通通 테크라이프(15) 블록체인과 짝퉁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에서 아동을 학대하거나, 인증서를 조작해 분실 다이아몬드를 팔기도 한다. 이는 다이아몬드의 몸값이 비싸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비극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다이아몬드 시장에 블록체인 바람이 불면서다.

▲ 영국의 한 스타트업 기업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다이아몬드 유통 과정을 혁신했다.[사진=뉴시스]

수많은 연인들이 평생을 기약하는 결혼식이 몰리는 따뜻한 4월, 이들의 결혼준비는 그리 만만치 않다. 결혼식은 물론 신혼집과 신혼여행까지 챙길 게 많아서다. 사랑을 서약하는 징표인 결혼반지를 구하는 일에도 정성을 쏟는다. 이때 수많은 신부들이 결혼반지로 원하는 게 있다. 바로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는 천연광물 중 가장 굳기가 우수하고 광채가 뛰어나다. 수많은 보석 중에서도 유난히 값이 비싼 이유다. 다이아몬드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도 다양하다. 채굴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복잡한 세공 기술이 필요해서다. 기본적으로 ‘4C’라 불리는 색(Color), 투명도(Clarity), 컷(Cut), 캐럿(Carat weight)에 따라 가격이 갈린다. 원산지, 가공회사, 유통 빈도 등 고유성을 확인하기 위한 데이터만 해도 40가지가 넘는다. 이 세상에 똑같은 다이아몬드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 이런 희귀성이 다이아몬드의 몸값을 올린다.


문제는 이 아름다운 보석을 둘러싸고 온갖 범죄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위조, 절도, 밀수, 보험 사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보험 업계가 다이아몬드 관련 사건으로 지출하는 비용만 1년에 53조6000억원이나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이아몬드는 국제적인 범죄로 번지기 일쑤다.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에서 아동 강제노역을 비롯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다이아몬드가 분쟁지역 무기구입의 자금원으로 쓰이는 일도 잦아서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다이아몬드 업계 고민도 치열했다. 2002년 각각의 다이아몬드에 ID를 부여하는 인증 시스템인 ‘킴벌리 프로세스’가 출범한 게 대표적이다. 이 프로세스엔 다이아몬드를 유통ㆍ소비하는 81개 주요 국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킴벌리 프로세스를 거친 다이아몬드만 유통하겠다는 조항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다이아몬드 관련 범죄가 100% 사라지진 않았다. 다이아몬드를 인증하는 서류가 ‘종이’였기 때문이다. 인증서를 꼼꼼히 만들수록 이를 위ㆍ변조하는 범죄자들의 기술도 점차 교묘해졌다.

영국 에버레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타트업 기업이다. 이 회사는 효과적인 솔루션을 떠올렸다.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더 자세히 알아보자. 기존 다이아몬드 유통 과정은 복잡했다. 제조부터 관련법과 규제 등을 확인하기까지 은행, 변호사, 회계사, 공무원 등 여러 사람들이 개입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엄청났다.

에버레저의 솔루션은 달랐다. 복잡한 다이아몬드 유통 과정을 IBM 블록체인 시스템에 얹으면서다. 개별 다이아몬드와 관련한 데이터를 ‘블록’에 등록했다. 여기엔 일련번호뿐 아니라 색, 투명도, 컷, 캐럿, 크기, 모양과 같은 제품 세부사항이 담겼다. 이 블록은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모든 다이아몬드 거래소와 공유한다. A에서 B로, 다시 B에서 C로 소유주가 바뀔 때마다 전산에 모든 거래 기록이 남는다.


모든 블록은 앞뒤로 연결돼 있다. 이를 위ㆍ변조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기록을 수정해야 한다. 사실상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한 구조다. 다이아몬드 유통 경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하게 추적하는 것도 쉽다.

다이아몬드 유통 과정에 필요한 수많은 행정 절차도 단숨에 해결했다. IBM의 인공지능(AI) 왓슨이 ‘변호사’를 자처하면서다. ‘킴벌리 프로세스’만 검색해도 준수해야 할 73개의 의무 사항이 나오는데, 왓슨은 이를 순식간에 확인한다. 공공기관이 요구하는 사항을 미리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게 했다.

다재다능한 블록체인

이뿐만이 아니다. 범죄 척결에도 팔을 걷었다. 예를 들어보자. 사기범이 다이아몬드를 분실하지 않고도 “분실했다”고 허위로 신고해 보험금을 받는다. 분실 신고된 다이아몬드의 사진을 보험사가 블록체인에 등록하면, 사기범이 다이아몬드를 팔 때 적발된다. 이때 활용되는 기술은 ‘왓슨 비주얼 레코그니션’이다. 이미지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식별하는 AI 기술이다.

이처럼 블록체인 솔루션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와인, 미술품, 시계 등 고가의 사치품이 유통되는 시장엔 더없이 좋다. 블록체인 기술이 ‘신뢰’와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어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도움말 | 마지혜 한국IBM 소셜 담당자 blog.naver.com/ibm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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