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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코리아의 불편한 귀환쿠폰 한장 주고 무슨 낯으로…
[283호] 2018년 04월 10일 (화) 08:41:12
김다린 기자 quill@thescoop.co.kr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다. 정부가 요구한 후속 대책에 충실했던 것도 아니다. 뿔난 소비자를 달랠 당근을 꺼낸 적도 없다. 관련 재판도 아직 진행 중이다. 디젤게이트로 퇴출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귀환이 반갑지 않은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폭스바겐의 불편한 귀환을 취재했다.

▲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사진=뉴시스]

“폭스바겐 디젤차에서 배기가스 정보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발견됐다.” 2015년 9월, 미국환경보호청(EPA)의 충격적인 발표로 시작한 디젤스캔들은 파장이 컸다. 폭스바겐 차에선 배기가스를 제거하는 장치가 실험실에서만 작동됐다. 실제 도로를 달릴 땐 허용기준의 최대 40배가 넘는 이산화질소를 뿜었다. 결국 편법으로 인증을 통과했단 얘기다. 기술적인 오류가 아니었다. 회사 차원의 의도적인 속임수였다.

불똥은 우리나라로도 번졌다. 한국 환경부는 2015년 11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티구안’ ‘골프’ 등 15개 차종 12만6000대가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오염물질을 과다 배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인증취소와 함께 아직 팔리지 않는 차량에는 판매정지 명령을, 이미 판매된 차량에는 과징금 부과와 리콜(시정명령) 등을 내렸다.

환경부는 검찰에도 고발했다. 수사 과정에선 새로운 비리가 불거졌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차량 인증을 받을 때 제출하는 소음과 배기가스 시험성적서를 조작했다는 거다. 2016년 8월, 환경부는 이 회사 차량 8만3000대를 대상으로 인증취소 카드를 다시 꺼냈다. 앞서 배기가스 조작 차량을 더하면 총 20만9000대의 차량이 인증취소 차량으로 분류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2007년부터 국내에 판매한 30만7000대의 68%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퇴출이었다.

그로부터 1년 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다시 한국 시장과 마주했다. 지난 6일 이 회사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선포했다. 르네 코네베아그 총괄사장은 “지나간 1년을 진지한 반성과 쇄신의 기회로 삼았다”면서 “앞으로 우리는 과거 문제를 해결하고, 투명하고 열린 기업으로 변화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디젤게이트 후폭풍

여러 약속들도 나열했다. “향후 3년간 4개 브랜드에서 총 40종의 신차를 시장에 선보일 것” “비영리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교육 및 문화 활동에 100억원을 쏟을 것” “2020년까지 제품 포트폴리오의 25%를 전기차로 채울 것” “인증체계를 대폭 정비할 것” 등이다.

 

판매는 이보다 앞서 재개했다. 지난해 말 아우디 스포츠카 ‘R8 쿠페’를 출시한 것을 신호탄으로 인증 취소로 평택항에 묶여 있던 차량 중 일부를 2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올해 2월엔 신차 ‘파사트 GT’를 내놓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컴백을 모두가 반기는 건 아니다. 불편한 시선이 많다. 아직 디젤게이트를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리콜 현황이 지지부진하다. 이유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이다. 리콜은 통상 리콜 명령이 내려진 뒤 제작사가 리콜 계획을 제출하면 이를 환경부가 검증해 승인한 후에야 진행된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리콜 명령을 받고 1년이 지난 후에야 리콜 계획서를 승인받았다. 제출한 계획서가 불성실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첫번째로 낸 계획서엔 책임소재를 단 두줄만 기재했다. 이후로도 환경부가 2차례나 반려했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조작을 인정하는 ‘임의설정’ 사실을 기재하지도 않았다.

디젤게이트는 현재진행형

환경부는 검토 끝에 지난해 1월부터 순차적으로 리콜 계획을 승인했다. 문제는 이행률이 부진하다는 점. 1차 승인을 받은 3개 차종이 58%(2만7000대 중 1만5000대), 2차 승인을 받은 9개 차종이 43%(8만2000대 중 3만5000대)에 그쳤다. 환경부가 제시한 목표치 85%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이를 두고 폭스바겐이 리콜 제도의 맹점을 악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계획서의 경우, 45일 내에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보완ㆍ반려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행률도 마찬가지다. 목표 이행률을 못 채워도 처벌은 없다.


소비자 원성이 들불처럼 일어났지만 마땅한 보상책도 없었다. 지난해 2월부터 100만원어치의 차량 관리 바우처(쿠폰)를 지급하는 ‘위케어 캠페인’을 진행한 게 전부다. 17조원의 배상금 지급을 약속한 미국 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다. 인증서류 조작 혐의와 관련한 형사재판은 당사자 및 주요 증인들이 독일로 돌아가 난항을 겪고 있다. 요하네스 타머 전 총괄사장은 재판을 앞두고 출장을 이유로 독일로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들이 낸 집단소송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공식 사과는 한번뿐이었다. 디젤스캔들이 터진 뒤 20여일이 흐르고 나서야 대국민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마저도 내용이 미흡했다. 구체적인 보상안이나 해결책은 없었다. 오히려 ‘현재 판매 중인 차량은 해당 사항이 없다’ ‘주행상 안전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등 해명에 급급했다. 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선포한 올해도 마찬가지다.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회장이 영상을 통해 “우리를 신뢰해준 한국 고객에게 깊은 실망을 안긴 점을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결국 말뿐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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