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진출 선언

국내 막걸리 시장점유율 2위인 국순당이 화장품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수입맥주 인기 탓에 설자리가 좁아지자 막걸리 발효기술을 활용한 화장품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사케 화장품’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공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국순당의 미래 플랜을 살펴봤다.  
 

▲ 막걸리로 유명한 국순당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막걸리 제조업체 국순당이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순당은 지난 3월 29일 사업 다각화를 위해 화장품 제조ㆍ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막걸리를 제조하는 발효기술을 활용한 화장품 출시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순당은 화장품 시장에 꾸준히 손을 뻗어왔다. 2012년 이마트와 손잡고 출시한 바르는 민속주 ‘수블’은 대표적인 예다. 수블은 술의 어원으로 쌀과 누룩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발효되는 과정을 뜻한다.

하지만 신사업 계획을 밝힌 국순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회사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막걸리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서다. 2009~2012년 호황기를 누렸던 막걸리 시장 규모는 2014년 4151억원에서 2016년 393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국순당은 ‘바나나에 반하다(2016년)’ ‘막걸리카노(2017년)’ 등 막걸리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지난해엔 경영효율화를 위해 공장 2곳 중 1곳을 가동 중단하고, 4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3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의 늪에 빠진 국순당은 화장품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성은 있지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연구원 연구원은 “일본에선 쌀로 빚은 전통주 ‘사케’를 활용한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일본 인기 화장품 브랜드 SK-Ⅱ의 ‘피테라 에센스’도 사케에 착안해 개발한 상품이다”고 설명했다. 국순당의 화장품 메리트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화장품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인 데다 뛰어드는 업체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은 국순당에 부담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 회사에 이어 식품ㆍ의류 업체들도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면서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제품 차별화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손성민 연구원은 “국순당의 기존 이미지나 인지도로는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전략을 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원료의 효능을 얼마나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유통망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구체적인 화장품 사업 플랜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자체 연구소 신사업개발팀이 발효기술을 활용한 시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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