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❷ 성북구 주유소 찾아가보니…

최저임금 인상과 셀프주유소 전환의 상관관계를 찾기 위해 성북구 소재 주유소 23곳을 취재했다. 성북구의 주유소 수는 서울시 강북 중 가장 많다. 14곳의 일반주유소 중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셀프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주유소는 1곳에 불과했다. 반대로 운영 중이던 셀프주유소를 2016년 일반주유소로 전환한 사례도 있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성북구 주유소를 찾아가봤다.

▲ 성북구 주유소 관계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대안이 셀프주유소 전환은 아니다”고 말했다.[사진=아이클릭아트]

3일 오전 9시. 지하철 6호선 석계역 7번 출구로 나와 북부간선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서울시 성북구의 주유소를 찾기 위해서였다. 주유소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렸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것은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주유소=부자’라는 등식은 깨졌다. 출혈경쟁이 심화하면서 사양업종으로 바뀐 지 오래다. 

지난해 2017년 7월 최저임금이 16.4% (6470원→7530원)로 인상되자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셀프주유소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얘기도 어디선가 들려왔다. 최저임금이 주유소 업계를 흔들고 있다는 건데, 사실일까.

성북구에 위치한 주유소는 23곳(셀프주유소 8곳 포함)으로 서울시 강북에서 가장 많다. 그만큼 경쟁이 심할 가능성도 높다. 가격 경쟁의 기준이 되는 휘발유가격은 L당 평균 1578원이다. 강남구 평균인 1808원 대비 230원 저렴하다.

성북구 소재 주유소 중 셀프주유소는 8곳이다. 이 중 최저임금 인상 이후 셀프주유소로 전환한 곳은 단 1곳이다. 나머지 7곳 중 1곳은 2008년, 나머지 6곳은 2012~ 2103년 셀프주유소로 전환했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전환 추세는 강하지 않았다.

2011년 셀프주유소로 전환한 A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가 관리하는 직영점이라 셀프주유소 전환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0년 초 이마트와 농협이 주유소 시장에 진출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유사들이 셀프주유소를 크게 늘리면서 셀프주유소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셀프주유소 전환 증가의 상관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셀프주유소지만 4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며 “셀프주유소라고 해서 직원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B셀프주유소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곳은 2012년 셀프주유소로 전환해 현재 4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직원 수의 변화는 없었다.

B주유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 부담이 올라간 건 사실”이라면서도 “임금 인상보다 일할 사람을 찾기 힘든 게 더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부터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주고 고용했다”며 “힘든 주유소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커 사람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셀프 전환해도 직원 필요해

발길을 돌려 일반주유소로 향했다. 셀프주유소보다 직원의 필요성이 큰 일반주유소의 말을 듣고 싶었다. 상월곡역 근처 북부간선도로를 사이에 두고 120m 거리에 두개의 주유소가 보였다. 처음 들른 곳은 중소형 규모의 C주유소다. 주유소가 위치한 곳은 대로변이었다. 많은 차가 오갔지만 주유소를 들르는 차는 많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요즘 장사가 어떤지 물었다. C주유소 사장은 한숨을 쉬었다. 사장은 지난해 대비 매출이 70~80%는 감소했다고 밝혔다. 직원은 2명, 매출이 시원치 않으니 직원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사장은 가격경쟁 심화를 매출 감소의 첫번째 요인으로 꼽았다. 다음으로 주유소의 입지와 서비스의 질이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셀프주유소가 낫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에 사장은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여전히 고객은 주유소 직원이 기름을 넣어주는 풀서비스를 원한다. 특히 나이가 많은 고객이나 여성고객은 셀프주유소 이용이 어렵다. 셀프주유소는 가격만 더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금도 출혈경쟁으로 힘든데 가격을 더 낮춰야 하는 셀프로 바꾼다고 사정이 달라질지 의문이다. 본사에서 셀프 전환을 권유하고 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기자와 대화를 나누던 사장은 차량이 주유소로 들어오는 걸 보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길을 건너 몇걸음 옮기자 비슷한 규모의 D주유소가 나타났다. 이곳에선 흥미로운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D주유소 사장은 2016년 말 셀프주유소로 운영하던 것을 일반주유소로 변경했다고 답했다. 이유는 매출부진이다. 이 주유소 사장은 직영이던 셀프주유소를 인수해 자영으로 운영했지만 수익은 일반주유소를 따라가지 못했다.

되레 매출이 더 떨어지기 시작하자 셀프주유소를 일반주유소로 변경했다. D주유소 사장은 “셀프주유소의 매출이 일반주유소 대비 60%밖에 되지 않았다”며 “날이 갈수록 자동차연비는 좋아지는 데다 하이브리드ㆍ전가차까지 등장해 매출이 늘어나긴 힘들다”고 말했다.

B주유소 사장처럼 셀프주유소의 고객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데 동의했다. D주유소 사장은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 직접 주유하고 싶어 하는 고객이 몇이나 되겠냐”며 “셀프주유소를 운영할 때도 고객의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셀프주유소는 업무 처리 속도가 느려 한두대만 정체돼도 다음 고객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며 “영업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다시 셀프주유소로 전환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취재한 14곳의 주유소 중 셀프주유소로의 전환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곳은 2곳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1곳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포기했다. 대당 2500만원에 달하는 셀프주유기 교체비용, 주유소 임대계약 기간, 셀프주유소 전환 후 매출 전망, 셀프전환 후 직원 채용 여부 등을 생각했을 때 셀프주유소 전환이 매출 감소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셀프주유소의 전환이 무인주유소를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은 세차장이 없는 주유소를 찾기 어렵다. 주유 업무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직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셀프주유소 전환을 생각했다고 밝힌 E주유소 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주유기 2대당 최소 1명의 직원이 필요하다. 주유기가 4대라면 2명의 직원이 필요한 셈이다. 세차장도 적어도 2명의 직원을 둬야 서비스가 가능하다. 셀프로 전환하느니 직원 3명을 뽑고 세차장을 운영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셀프주유소를 이용하는 것은 일반주유소보다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경쟁으로 공급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은 지금은 가격 메리트도 찾기 어렵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만을 이유로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건 쉽지 않다. 업계에 떠도는 소문과 현장의 소리는 달랐다.


셀프주유소 전환 효과도 커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이후인 지난해 11월 셀프주유소로 전환한 F주유소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직영점으로 운영 중인 F주유소는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면서 6명이던 직원을 4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전환 이후 경영 상황이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다. F주유소 관계자는 “셀프주유소 전환 이후에도 어렵긴 마찬가지”라며 “고객은 셀프냐 일반이냐를 떠나 휘발유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셀프주유소 회전율 떨어져

셀프전환으로 아낀 인건비를 회수하는데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F주유소는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면서 2명의 직원을 감축했다. 직원 한명 당 임금을 월 170만원(7530원×10시간×20일+식대 20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매월 아낄 수 있는 인건비는 340만원이다. 이 주유소의 주유기는 모두 4대다. 셀프주유소 전환에 최소비용인 1억원을 투입했다고 가정해보면, 인건비로 셀프 전환 비용을 회수하는데 29개월이 필요하다.

매출의 변화 없이 2년이 넘는 시간을 유지해야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셀프주유소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건 주유소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얘기라는 것이다. 기자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E주유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로 대는 건 줄일 수 있는 고정비가 인건비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라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자기 땅에서 사업을 하는 주유소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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