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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탓에 정말 셀프주유소 늘어났나강남구ㆍ성북구 주유소 66곳 취재해보니…
[283호] 2018년 04월 11일 (수) 12:05:32
김정덕ㆍ강서구ㆍ임종찬 기자 juckys@thescoop.co.kr

“최저임금이 인상됐다. 자영업자들이 임금의 벽에 부닥친다. 직원을 줄인다. 무인기계를 설치한다. 실업률이 오르면서 경기가 위축된다. 다시 자영업자들은 힘들어진다. 직원을 또 줄인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보수 성향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혹자는 예시도 든다. “봐라. 음식점에 무인시스템이 얼마나 많이 늘었나. 셀프주유소가 최저임금 인상 이후 확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학자만이 아니다. 이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언론도, 논설위원도 있다. 과연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에서 주유소가 가장 많은 강남구ㆍ성북구 주유소 66곳을 취재했다. 이중 셀프주유소는 21곳이었는데, 2017년 7월 최저임금 인상 이후 셀프로 전환한 곳은 강남구 1곳, 성북구 1곳뿐이었다. 일반주유소 45곳 중 4.2%만이 셀프 간판을 바꿔 달았다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그중 1곳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셀프 전환을 꾀한 게 아니었다. 나머지 1곳도 대형 도매업체 직영주유소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크지 않은 곳이었다. 성북구에서는 셀프주유소였던 걸 일반주유소로 전환한 곳도 있었다. 더스쿠프가 발로 뛴 결과를 공개한다.

▲ 영세한 자영주유소들이 셀프주유소로 전환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사진=뉴시스]

“최저임금 인상으로 셀프주유소 늘어날 전망” “주유소 4곳 중 1곳 ‘2명 해고’” “업계 셀프주유소 전환 불가피” “너도나도 셀프주유소로, 최저임금제가 일자리 줄여”…. 지난해 7월 최저임금 인상 후 쏟아진 비슷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다. A통신사는 “올해 주유소 약 1000곳이 셀프주유소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 기사까지 내놨다. B일간지 논설위원은 “고객이 직접 주유하는 서울 강남의 한 셀프주유소에서는 아예 직원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눈물과 한숨이 늘어만 간다는 기사에서도, 무인시스템 도입이 늘고 있다는 기사에서도 셀프주유소 얘기는 빠지지 않았다. C매체는 “주유소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해고하면서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주유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최저임금이 올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셀프주유소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거나 “가족처럼 지내던 직원을 일부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기사들의 지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입고, 일자리 확대정책 기조와 달리 일자리가 되레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만만찮다. 따라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늦추거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해법(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등과 같은)을 마련하라.”

그래서일까. 업계에선 “강남역 인근 주유소들 중 3곳이나 셀프주유소로 전환했다”는 그럴싸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틀렸다고 봐도 무방해서다.

더스쿠프가 현장을 돌며 사실을 직접 확인해 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을 강북과 강남으로 나누고, 해당 지역에서 주유소가 가장 많은 강남구(43곳)와 성북구(23곳)를 표본으로 삼아 영업 중인 주유소 66곳을 직접방문 취재했다.

취재 결과에 따르면 강남구 주유소 43곳 중 셀프주유소는 13곳, 성북구 주유소 23곳 가운데 셀프주유소는 8곳이었다. 이들 셀프주유소 중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2017년 7월 이후 ‘셀프 간판’을 바꿔 단 곳은 강남구 1곳(논현에너지ㆍ자영), 성북구 1곳(정릉주유소ㆍ직영)뿐이었다.

흥미롭게도 그중 1곳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셀프 전환을 꾀한 것도 아니었다. 나머지 1곳도 대형 도매업체 직영주유소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크지 않은 곳이었다. 심지어 성북구에서는 당초 셀프주유소였던 걸 일반주유소로 전환(2016.11)한 곳도 있었다.

2017년 10월 셀프로 전환한 강남 논현동의 논현에너지의 A사장은 “최저임금이 오르기 훨씬 이전부터 계획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11월 셀프로 전환한 정릉동의 정릉주유소는 영세업체가 아니었다. 정릉주유소는 서울과 수도권에 10여개의 GS칼텍스 주유소를 운영하는 삼표에너지의 직영점이다. 삼표에너지는 한해 매출만 1042억원(2016년말 기준)에 달하는 중견기업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주유소들은 ‘셀프 전환’을 준비하고 있을까. 언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많은 주유소 사장들이 “(셀프 전환을) 준비 중”이라고 답해야 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셀프주유소가 아닌 일반주유소 45곳(강남구 30곳ㆍ성북구 15곳) 중 44곳은 “셀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단, 성북구 주유소 1곳만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에도 주유소 사장들이 ‘셀프 전환’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건 흥미로운 결과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일단 마진율이 높지 않다. 성북구의 상월곡동 H주유소(직영) 사장은 “셀프로 전환해도 상주 인력은 늘 있어야 한다”면서 말을 이었다. “상주 인력 때문에 인건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 또한 비용이 줄어든 만큼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결코 이득이라고 할 수 없다.” 셀프 주유소로 전환하면 ‘회전율’이 악화해 마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강남구 역삼동 K주유소 관리자는 “셀프로 전환하면 되레 주유시간이 길어져서 회전율이 확 떨어진다”면서 “셀프 전환은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삼정KPMG가 2015년 내놓은 보고서 ‘주유소 경영실태진단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의 내용과 맥이 같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주유소는 셀프주유소에 비해 유통마진이 유종에 따라 최소 1.4배에서 최고 1.9배까지 더 높았다.

셀프 전환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도 문제다. 일반적인 셀프주유기 1대당(4복식 기준) 가격은 2000만~2500만원에 이른다. 판매관리에 필요한 포스시스템, 탱크 공사비 등을 합하면 1억원 중반에서 2억원의 돈이 필요하다. 영세 주유소 사장에겐 ‘그림의 떡’이다. 셀프 주유소 중 상당수가 정유사 직영점이거나 자기 땅을 소유한 자영업자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돈’이 있어야 셀프로 전환하든 말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강남구와 성북구의 셀프주유소 21곳 가운데 정유사 직영주유소(도매업체 직영 포함)는 13곳(61.9%)이었다. 자영주유소는 8곳(38.1%)이었다. 게다가 자영 셀프주유소로 전환한 사장들은 "남의 땅 임대해서 주유소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 수십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는 이상 큰돈을 들여 전환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더스쿠프가 취재한 몇몇 주유소는 직원이 줄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었다. 주유소 사장들은 이렇게 말했다. “인건비 인상은 꾸준한 추세다. 직원 감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게다가 주유소업계가 구조조정을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과당경쟁 시장이라 마진율이 낮아졌다. 그 과정에서 셀프주유소 전환을 고려하는 이들 역시 꾸준히 있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면서 “제반 비용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셀프 전환은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체 주유소에서 셀프주유소의 비중은 2013년 8.6%(매년 1월 기준)였지만, 2014년 11.9%, 2015년 14.2%, 2016년 17.5%, 2017년 18.9%로 꾸준이 높아졌다(주유소협회 자료). 주유소의 ‘셀프 전환’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통계다. 알뜰자영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의 경우 처음 출범(2011년)할 때부터 25~30%가 셀프주유소였다”면서 “주유소의 셀프전환 지각변동은 당시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세 주유소들은 가족 중심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 인상과 크게 상관이 없고, 직원들을 쓰는 주유소의 경우엔 지원금 신청 관련 문의가 더 많다”면서 “꾸준한 업계 구조조정을 통해 고질적인 과당경쟁이 해소되고, 경기가 살아나면 최저임금 인상은 부수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회복과 과당경쟁 해소 시급

경제는 심리다. ‘최저임금 때문에 셀프주유소가 늘어난다’는 소문이 확산되면 별 생각 없던 주유소 사장들도 동요하게 마련이다. 옆에 있는 밥집이 최저임금 인상 이후 가격을 올리면, 그 옆에 있던 밥집 사장도 가격 인상을 고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스쿠프가 취재한 내용은 숱한 미디어의 지적과 완전히 달랐다. 일반주유소에서 셀프로 전환한 곳도, 바꿀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이들도 거의 없었다. 물론 국내 전체 주유소를 다 돌아본 게 아니어서 섣불리 잣대를 들이대긴 힘들다. 중요한 건 ‘그럴 것 같다’는 짐작만으로 최저임금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국민의 심리를 움직이고, 이 심리가 경제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정덕ㆍ강서구ㆍ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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