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은 왜 현대차그룹만 만드나
푸드트럭은 왜 현대차그룹만 만드나
  • 고준영 기자
  • 호수 283
  • 승인 2018.04.13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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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발 ‘1t 트럭’의 비밀

1t 트럭은 서민의 발로 불린다. 가격경쟁력이 좋고, 힘이 좋아 채소ㆍ과일장사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이 이용해서다. 요즘 유행하는 푸드트럭의 차도 대부분 1t 트럭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국내에서 1t 트럭을 생산하는 곳은 현대차그룹뿐이다. ‘서민의 발’을 한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는 거다. 왜 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서민의 발에 숨은 비밀을 풀어봤다.

▲ 국내 1t 트럭시장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양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t 트럭은 ‘서민의 발’로 불린다. 비교적 자본이 적게 드는 데다, 채소ㆍ과일장사, 고물상, 택배, 푸드트럭 등 활용 범위가 넓어서다. 농촌 지역에선 승용차를 겸해 주요 이동수단으로 쓰인 지 오래다. 힘도 세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1t 트럭은 배기량이 2497㏄에 이른다. 이 때문인지 1t 트럭 시장의 변화를 보면 서민 경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서민의 발은 ‘독점’이다. 국내에서 1t 트럭을 만들고 있는 곳은 현대차와 기아차 단 두곳뿐이다. 현대차의 ‘포터’와 기아차의 ‘봉고’가 1t 트럭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양성이 떨어지는 데다 경쟁 모델이 없으니 개발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두 1t 트럭 모델은 수십년째 큰 변화 없이 가격만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일부 택배업체들이 불만을 토로하면서 다른 차종을 찾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안전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1t 트럭 모델처럼 엔진이 몸체에 실려 있는 모델은 엔진이 보닛(차량 앞쪽 엔진룸)에 있는 차량에 비해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엔진이 앞에 있는 게 당연하다”면서 “1t 트럭이 사고 시에 더 안전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경쟁 모델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개선 속도가 느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처음부터 1t 트럭 시장이 독점이었던 건 아니다. 과거 대우차와 삼성차는 각각 1t 트럭 모델 ‘바네트(1987년 출시)’와 ‘야무진(1998년 출시)’을 생산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파산하고 GM과 르노에 인수된 이후로는 더 이상 1t 트럭을 만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현대차그룹 외엔 1t 트럭모델을 생산하지 않는 걸까. 1t 트럭시장의 규모가 2008년 10만2122대(포터 6만4422대ㆍ봉고 3만7700대)에서 지난해 16만3605대(포터 10만1423대ㆍ봉고 6만2182대)로 가파르게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포터는 현대차 모델 중 두번째로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확실치 않다”면서 말을 이었다. “1t 트럭시장에 진출하려면 상당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현대차ㆍ기아차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얼마큼의 차별점과 특징을 만들어내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는 “1t 트럭은 생계형 모델이기 때문에 가격저항력이 크다”면서 “포터와 봉고는 30여년전 모델을 별로 개량하지 않고 내놓고 있어 가격경쟁력이 받쳐주는데, 새로 진입하는 업체들은 그 가격에 2000㏄ 이상의 디젤차를 내놓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십년간 지속된 독점 판매로 시장이 고착화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터와 봉고가 하나의 기준점이 돼버렸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난 모델은 시장에서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2009년 단종된 현대차 1t 트럭 리베로와 지난해 국내시장에 발을 내디딘 중국 완성차업체 둥펑東風차의 1t 트럭이 단적인 예다. 두 모델은 각각 안전성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포터ㆍ봉고에 비해 적재량이 부족해 시장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르노삼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침묵을 깨고 현대차ㆍ기아차가 독식하고 있는 경상용차 시장(1t 트럭 포함)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이르면 올해 말에 경상용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르노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경상용차가 트럭이 될지 밴(VANㆍ화물을 실을 수 있는 화물칸이 달린 차량)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새 모델을 통해 고착화된 시장을 깨보겠다는 포부는 감추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1t 트럭은 적재가 안정적으로 고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점, 사업에 따라 별도 개조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는데 르노삼성의 새 모델은 이런 점을 개선할 것이다”면서 “당장 시장점유율을 높인다기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 1t 트럭은 서민들의 생계수단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전문가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비싼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혁 한국푸드트럭협회 회장은 “신모델이 나오면 좋긴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라면서 “통상 푸드트럭 사업자들은 1300만~1400만원 사이의 최저가 트럭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로 출시되는 차기 경상용차 가격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도 배는 웃돌 공산이 크다.

만족스러운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여태껏 다른 1t 트럭들이 시장에서 도태된 것도 적재공간의 욕구를 충족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t 트럭 사업자들은 이동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연비나 출력보다는 공간적인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쓴다”면서 “1t 트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차별점을 제시하면서도 기존의 만족도를 모두 충족해 줘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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