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의 최악 고용 쇼크

 

고용 쇼크가 두달째 계속됐다. 3월 취업자 증가폭도 2월에 이어 10만명대에 그쳤다. 3월 실업률(4.5%)은 17년 만의 최고치, 청년실업률(11.6%)은 2년 만의 최고치다.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는데 고용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하고 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월에 이어 3월 고용동향이 던진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두달 연속 취업자 증가폭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머문 것은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방향이 잘못돼 있다는 방증이다.

취업자가 어디서 어떻게 줄었는지 분석하면 고용정책 기조의 문제점은 바로 드러난다. 산업별로 도ㆍ소매업과 숙박ㆍ음식업, 아파트경비원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ㆍ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등에서 감소했다. 영세 자영업 상인이 다수인 도ㆍ소매업과 음식ㆍ숙박업에서 3월에만 11만6000명 줄었다. 근로형태로 보면 임시직과 일용직이 감소했다.

인건비 상승에 취약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여건이 불안한 근로계층에서 집중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추운 겨울도 아니고 봄이다. 정부로선 수출이 잘 돼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진단하는데, 이들 업종의 일자리는 조금이라도 늘기는커녕 줄었다.

우려했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통계로 입증된 것이다. 인건비 상승에 부담을 느낀 소상공인과 자영업을 하는 고용주들이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했음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바탕 아래 취약계층 보호를 명분으로 인상한 최저임금이 도리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통계청이 매달 고용동향을 발표하기 전 미리 받아보는 기획재정부가 이를 모른다면 무능한 것이고, 애써 외면한다면 직무유기다. 일자리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상을 보고하고 일자리 정책의 근본 틀을 바꿔야 할 것이다. 더 지켜보자며 미적거리다간 고용 감소가 다른 업종으로 번지며 확대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정치권이 신경 쓰는 6ㆍ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4ㆍ27 남북정상회담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게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용 본예산 17조원과 일자리 추경 7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를 마중물로 삼아 일자리를 늘리겠다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그럼에도 2월 고용 쇼크를 보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또 3조9000억원 규모 일자리 추경이었다. 효과가 없는 줄 알면서도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진 않고 ‘그 나물에 그 밥’ 정책을 시리즈로 내놓고 있다.

대선공약이라고 전부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상황 판단을 근거로 약속한 거라면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게 옳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부터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수당 등을 감안한 최저임금은 이미 1만원 효과를 보고 있다는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의 분석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역시 대선공약대로라면 5년 동안 17만4000명을 늘리게 되어 있는 공무원 증원 계획도 축소해야 마땅하다. 지난해 말 국가채무가 15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특히 공무원ㆍ군인 연금 충당부채가 급증했다. 이런 판에 청년실업을 완화한다며 공무원을 마구 늘리는 것은 미래 청년세대에 빚 폭탄을 안기는 염치없는 짓이다.

기본적으로 일자리는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업과 시장에 맡기는 게 정석이다. 세계경제가 괜찮고 주요국의 실업률이 떨어지는데 왜 유독 한국만 고용 쇼크인가.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더 창출하도록 규제완화와 산업혁신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근로시간 단축만 꾀할 게 아니라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과 유연근무제 확대 등 노동개혁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취업시장을 보면 대기업과 공기업은 지원자가 넘치는 반면 중소기업은 필요한 인력도 구하지 못한다. 10대 재벌 계열사와 공기업의 경우 대학 졸업자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억제하는 대신 중소기업에서 3~5년 근무해 현장경험이 풍부한 경력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해 우선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정부와 재계가 의견을 모아 실천하면 고질적인 인력 미스매치 현상과 벤처-중소기업의 구인난을 해소하며 청년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 대졸 신입사원 중 1년 이내 퇴사자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대기업들도 경력사원을 상대로 별도 직무교육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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