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고민하는 30대 부부 재무설계 中

만약 내 가계가 풍족하지 않은데, 사교육비를 늘려야 한다면 방법은 하나다. 다른 지출을 줄여 메우는 것인데, 생각보다 어렵진 않다. 내가 가입한 통신요금제만 잘 검토해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자녀 교육비 줄이기에 나선 정씨 부부의 가계부를 점검했다. ‘실전재테크 Lab’ 9편 두번째 이야기다.

▲ 자녀의 교육비 지출에도 목표와 계획이 필요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맞벌이를 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보는 황혼육아가 증가하고 있다. 자녀의 교육비 고민으로 재무상담을 신청한 정한진(가명ㆍ39세)씨와 이시은(가명ㆍ38세)씨 부부도 비슷하다.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에 다니는 두딸의 육아를 이씨의 어머님이 도맡아 하고 있다. 정씨 부부는 어머님에게 매월 월세(45만원)와 용돈(50만원)을 드리고 있었다. 문제는 정씨 부부의 가계 재정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발생했다. 정씨 부부의 월 소득(실 수령액)은 484만원(남편 274만원ㆍ아내 210만원)이다.

하지만 매월 636만원(소비성 지출 446만원+비정기 지출 120만원+금융성 상품 70만원)을 사용했다. 그 결과, 매월 152만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정씨 부부는 생활비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했지만 쉽지 않았다. 정씨 부부는 “맞벌이하는 우리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주는 어머님의 용돈도 줄이려고 생각했다”며 “아이들 때문에 불효를 해야 하는 거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씨 부부는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부부는 5년 전 주택을 장만하면서 어머님의 전세 보증금 6000만원을 빌렸다. 야근이 잦은 부부를 대신해 두딸을 돌보고 가사 일을 전담하는 것도 어머님이다. 엄밀히 따지면 정씨 부부는 채무의 이자와 노동비를 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재무설계에서 어머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판단, 2차ㆍ3차 상담에는 어머님과 같이 재무상담을 진행했다.

여기엔 현재의 지출구조로는 가계 재정을 플러스로 돌리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월 152만원에 달하는 적자를 지출 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건 쉽지 않다. 정씨 부부와 어머니는 오랜 논의 끝에 살림을 합치기로 결정했다. 합가合家를 결정하고도 고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합가가 어머님에게 더 큰 족쇄를 채우는 결정일 수 있어서다.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이씨의 어머님도 합가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대신 한가지 단서를 달았다. 어머님의 월세 보증금 2000만원은 본인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이제 본격적인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보자.

우선 통신비 21만원이다. 일반적인 소비자는 자신의 요금제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정씨 부부의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요금제가 제공하는 데이터와 통화량을 30% 이상 남기고 있었다. 휴대전화 가입시 신청한 불필요한 부가서비스도 대부분 유지했다. 우선 일반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큰딸의 요금제는 청소년 요금제로 변경했다. 정씨 부부도 사용량을 계산해 낮은 단계의 요금제로 바꾸고 부가서비스를 해지해 통신료를 4만원대로 낮췄다. 월 통신비를 21만원에서 13만원으로 8만원 절약했다.

교육비 90만원도 줄이기로 했다. 교육비를 줄일 때는 부모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남의 얘기에 휘둘려 교육에 나서서는 안 된다. 둘째, 자녀교육에도 합리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녀 교육에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원할 수 있는 수준과 자녀의 성장 시기별로 얼마의 지원이 필요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지원할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계획도 필요하다. 큰딸은 흥미를 느끼는 영어 학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작은딸은 가장 큰 재능을 보이는 피아노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월 90만원의 교육비를 60만원으로 감축했다.

 

월 250만원에 이르는 생활비(100만원)와 부부 용돈(100만원), 어머님 용돈(50만원)도 줄이기로 했다. 정씨 부부는 생활비의 대부분을 외식비로 사용했다. 잦은 야근으로 생긴 딸들에 대한 미안함을 주말에 외식과 쇼핑으로 해소했다. 정씨 부부는 외식과 쇼핑을 줄이는 것으로 생활비 줄이기에 나섰다. 100만원이던 생활비를 70만원으로 낮췄다. 향후 적응기를 거쳐 더 절약하기로 했다.

정씨 부부는 스스로 용돈을 각각 30만원씩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를 통해 흐트러진 소비패턴을 바로 잡겠다는 계획이었다. 또한 부부는 대중교통 사용료를 용돈에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여러번 얘기했지만 무리한 지출 감축은 독이 될 수 있다. 부부의 용돈은 목표보다 10만원 여유 있는 30만원으로 결정했다.

어머님의 용돈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합가라는 통큰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용돈까지 줄이는 건 가혹할 수 있어서다. 이번에도 어머님의 내리사랑이 작용했다. 어머님은 “합가를 해 생활비가 따로 들지 않아 용돈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월 50만원의 용돈을 30만원으로 줄였다.

마지막으로 월 70만의 보장성 보험료다. 여전히 저축ㆍ연금과 종신보험을 혼돈하는 사람이 많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보험료를 지급하는 생명보험이다. 물론 여기에 특약을 더하면 각종 질병과 암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상품을 구성하면 보험료가 크게 증가한다. 정씨 부부의 보험도 이랬다. 남편 정씨는 종신보험에 실손 특약을 더해 월 50만원의 보험료는 납부하고 있었다. 아내 도 종신보험으로만 매월 20만원을 납입했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의 실손보험이 없었다는 점이다.

가계 적자가 150만원을 넘는 상황에서 무리한 보험료 납입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어머님 실손보험(4만5000원), 두딸 실손보험(각 3만5000원), 남편 건강보험(3만5000원), 아내 건강보험(6만원)을 새로 가입해 부족한 보장을 보완했다. 부부 모두 회사의 단체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어 실손보험은 따로 들지 않았다. 종신보험 해지로 납입액의 65%가량인 2050만원의 환급금이 발생한 것도 위안거리다.

이밖에도 잦은 외식으로 증가한 의류ㆍ미용비 지출을 월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10만원 줄였고 대중교통 사용을 늘리는 것으로 자동차 관리비를 매월 15만원 아끼기로 했다. 합가로 아낀 어머님의 월세 45만원을 합해 정씨 부부는 월 지출을 기존 636만원에서 374만원(소비성 지출 258만원+비정기 지출 95만원+보험료 21만원)으로 262만원이나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매월 152만원의 적자를 기록하던 가계 재정은 월 110만원의 흑자 재정으로 변화했다. 이제 남은 일은 이 돈을 어떻게 분배하느냐다. 정씨 부부에게 맞는 재무솔루션은 무엇인지 다음편에서 살펴보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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