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저자에게 묻다(26) 「지구를 살리는 쿨한 비즈니스」 저자 김성우

환경을 지키는 일은 흔히 돈이 드는 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 지구를 살리면서 돈도 벌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지구를 살리는 쿨한 비즈니스」를 저술한 김성우(50)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겸임교수다. 기후변화ㆍ환경에너지 전문 경영컨설턴트로 30여년간 활동하고, 한국인 최초의 세계은행 미래사회 외부 자문위원도 역임한 그에게 그 주장의 근거를 물었다.
 

▲ 김성우 고려대 겸임교수는 “환경 이슈와 관련해 수요가 많다”면서 “수요가 있는 곳엔 비즈니스가 있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 15년 전 전세계를 1년 넘게 돌면서 환경과 에너지 관련 산업의 시장조사를 하신 걸로 압니다. 이를 통해 무얼 발견했는지요.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부족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최근엔 경제성장 속도까지 떨어져 미래 먹거리가 절실하죠. 말 그대로 지속적인 성장성이 담보된 새로운 동력원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환경과 에너지 관련 산업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 변화의 분위기를 읽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는 선진국(38개국)만 참여했어요. 반면 2015년 체결된 신新기후체제인 ‘파리협정’에는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195개국)가 탄소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에 노력하자고 합의했죠. 환경과 에너지 산업에선 이미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 우리나라가 환경 관련 산업에서 경쟁력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기후변화는 환경과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원료ㆍ생산ㆍ교통ㆍ농업 등 다양한 분야와 연관돼 있습니다. 기후라는 하나의 분야에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는 우리나라에 유리합니다. 상당 부분의 기술들을 우리가 갖고 있으니까요.”

✚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비즈니스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군요.
“그렇습니다.”

✚ 그런데 언뜻 감이 오지 않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한여름 전력 피크타임을 위해 불필요한 발전소를 몇개나 더 준비해둬야 안심할 수 있을까요? 이는 과연 효율적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는 이 비효율성을 기술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 어떻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소비자에게 전력을 구입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겁니다. 전자계량기와 가전제품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이어주는 식으로 말이죠. 그렇다면 정부는 평상시 수요와 비상시 수요를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당연히 불필요한 발전소를 만들 필요도 사라지죠.”

✚ 고정적인 전력요금도 달라지겠군요.
“맞습니다. 지금의 통신요금처럼 전기요금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스마트그리드입니다. 4차산업혁명 과정에서 조만간 소비자가 가격주권을 갖는 세상이 올 거라 봅니다.”
 

✚ 어떤 산업군이 참여할 수 있을까요.
“기후변화의 경우, 다양한 분야와 연관돼 있는 만큼 특정 산업군과 기업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이 참여하는 게 좋겠죠.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발전ㆍ철강ㆍ정유ㆍ시멘트 산업은 물론, 자동차ㆍICTㆍ금융 등의 산업군에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수요 있으면 시장도 큰다

✚ 환경 관련 산업의 미래 시장성은 어떨까요.
“친환경 비즈니스와 관련해 50만개 일자리, 100조원대의 새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터무니없는 수치 아닌가요. 근거가 있나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정부의 정책과 투자를 마중물로 삼아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에너지 효율개선, 저탄소 교통 확산 등 다양한 분야가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를 겁니다. 그 결과, 이들 산업의 기술개발ㆍ보급ㆍ건설ㆍ운영ㆍ관리 등에서 일자리가 늘고 시장 규모는 커질 게 분명합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환경’의 문제인 동시에 ‘경제’의 문제입니다.”

✚ 4차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우려를 씻어낼 얘기로 들립니다.
“그렇죠. 기후 관련 산업은 젊은 세대가 도전해야 할 과제이자 새로운 먹거리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세상을 바꿀 두가지 키워드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날씨와 물입니다.”

✚ 왜 굳이 날씨와 물이죠.
“최근 컨설팅기업인 KPMG가 글로벌 싱크탱크들이 발간한 25개의 미래 트렌드 보고서를 분석하고, 미래 메가트렌드 10가지 이슈를 선정했습니다. 저는 그 내용을 보고 날씨와 물이 주요 이슈들과 상관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도 세계를 위협하는 리스크 요소를 발표했는데, 상위 5개 가운데 4개가 날씨와 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수요가 있다는 얘기죠.”

✚ 날씨는 이해하겠는데, 물은 왜죠. 우리나라는 수도꼭지만 틀면 수돗물이 콸콸 나오니 물 걱정은 없어 보입니다만.
“그렇죠. 하지만 전세계 70억명 중에서 40억명이 물과 관련해 불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절반이 넘는 이들이 물 걱정을 합니다. 이상기후는 이미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역으로 해석하면 이는 수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수요가 있으면 성장성이 있다는 건가요.
“네. 성장성과 더불어 새로운 비즈니스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려 나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 김 교수는 “태양광연금은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적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 미세먼지 얘기가 나온 김에 보자면 정부가 유효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체에 관한 구체적인 통계치가 없으니 대책을 못 세우는 겁니다. 미세먼지는 바람을 타고 움직이기 때문에 원인을 찾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패턴화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어디서 어느 정도의 미세먼지가 만들어지는지에 관한 통계부터 만드는 게 급선무입니다.”

✚ 조금 편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환경 이슈가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면 재테크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당연합니다. 이 책에서 전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후대책으로 태양광연금을 얘기했습니다. 태양광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투자하고, 그 발전소에서 나오는 일정한 수익금을 정기적으로 평생 수령하는 겁니다. 태양광발전소는 반영구적이기 때문에 평생 수익원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 다른 방법도 있나요.
“선진국에서는 ‘녹색채권’을 발행합니다. 회사채권과 똑같지만, 채권을 구입하면 구입대금이 녹색산업에 투자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채권에 비해 투자처가 제한되는 단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녹색산업 투자를 장려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며, 투자자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일반인 구입은 안 되지만 이는 시간문제입니다.”

변화 온 다음 준비하면 늦어

✚ 곧 닥칠 변화를 준비하라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그럼 앞으로 직업을 택할 때도 환경 이슈를 감안해야 할까요.
“이미 제가 지금 환경 관련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잖아요. 20대에 유학과 연구소, 30대에 대기업, 40대에 글로벌 컨설팅기업에서 근무하면서 환경에너지 분야 경력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20~30대에는 미래가 불투명해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환경과 에너지 관련 산업은 장기적으로 볼 때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바른 방향성을 갖고 참고 견딜 수 있다면 반드시 그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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